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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아르 Feb 21. 2024

프롤로그 #5

쉐아르의 영적여행


1. 학생 시절 친구들 사이에 저는 이단감별사로 통했습니다. JMS는 뭐가 문제고 여호와의 증인은 어떻게 틀렸으며 김기동의 귀신론은 왜 성경의 가르침과 다른가 읊어댔습니다. 돌아보면 쥐꼬리도 크다 싶을 정도로 아는 게 없는데 어찌 그리 자신 있었는지 심하게 부끄럽습니다.


2.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한 교회 생활이 거의 30년이 되었지만, 영적 여행을 시작할 때까지 성경에 대한 지식은 참 얕았습니다. 책은 꽤 읽었습니다. 그런데 폭이 좁았습니다. 존 스토트, 고든 맥도널드, C.S. 루이스, 마틴 로이드 존스, 필립 얀시, 존 파이퍼 등. 소위 은혜로운 책을 반복해 읽으며 복음주의적 영성을 한층 더 공고히 쌓아갈 뿐이었습니다.


3. 당시 읽었던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가 기억납니다.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배타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기적과 부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용납하기 어려웠죠. 책에서 시종 비판하는 복음주의에서 벗어날 필요도 동기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4. 무신론자를 자처했던 기간에도 또한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저의 신학적 고민은 얕았습니다. 누구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고 어디를 공부해 봐라 방향을 제시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5. 좁았던 저의 시야를 넓히는데 페이스북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신학도로서 혹은 비 신학도로서 신과 종교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훌륭한 사람들을 접했습니다. 그들이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성경의 문자적 가르침이 하나씩 해체될 때 대안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복음주의가 어떻고 자유주의가 어떻고 하며 규정짓던 나의 접근방법이 얼마나 유치했는가도 느꼈습니다.


6. 성경은 히브리 민족과 초기 기독교인의 신앙고백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가진 문화와 관습의 영향을 받은 오류도 있는 이야기 모음입니다. 문제는 성경에 대해 이런 관점을 가질 때 과연 어떠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가입니다.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기도는 왜 하며 예배는 왜 드리는 걸까요? 죄와 회개는? 과연 구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전과는 다른 신앙이 필요합니다.


7. 그 과정에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명이 있습니다. 캐런 암스트롱과 마커스 보그입니다. 우연히 신문에서 <신을 위한 변론>의 소개글을 보면서 암스트롱을 발견했습니다. 유명한 분이더군요. <신을 위한 변론>, <신의 역사>, <축의 시대>등을 읽으며 종교가 인류에게 얼마나 보편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듯 같은 초월의 체험들. 역사의 변혁과 함께 진행 돼온 종교의 변화를 보며 하나의 종교가 신을 전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8. 최근에 관심을 두고 열심히 읽는 신학자는 마커스 보그입니다. 오랜 기간 고민하며 내렸던 여러 결론들이 결국 보그가 이미 걸어갔던 길의 재현임을 깨달았습니다. 성경, 죄와 구원, 기도와 예배, 영성. 이런 주제들에 대한 그의 글을 통해 저의 여러 질문들이 대답되고 정리되었습니다. 그의 따듯한 글이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9. '신학'을 논할 만큼 지식이 깊지가 않습니다. 아직도 공부하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고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궁금증이 은혜라면 은혜입니다. 다행히 예전과 달리 어디에서 무엇을 찾으면 되는가 방향은 어렴풋이 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매일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큐티도 합니다. '마귀'들로 흔들려진 신앙이지만 말씀에 대한 겸손한 마음은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10.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교회에는 없다는 사실이 참 아쉽습니다. 목회자들이 신학교에서는 다 배울 텐데 왜 교회에 부임하면 다 잊어버리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신도 중에도 누가 관심을 가져줄지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온라인에서 떠들게 됩니다.


11. 지금의 신앙을 가지게 되기까지 40여 년이 걸렸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거쳤기에 교회 내의 누구와도 말을 나눌 수 있고 때로는 경건한 모습도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예전의 신앙에서 모든 면에서 달라졌습니다. 그 달라진 생각들을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하나씩 정리해 볼까 합니다. 그래서 '프롤로그'였습니다. 이제 본 편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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