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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 베드로 Nov 15. 2020

돈과 권력과 디딤돌

이 시대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돈과 권력은 주어와 목적어처럼 따라다니기가 십상이다.  전혀 다른 뜻을 가진 각각의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돈하면 권력이 떠오르고 권력 하면 언뜻 돈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발상은, 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이와 무관치 않음을 말해 주고 있다.


돈과 권력의 중심에는 비릿한 인간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은근한 선망의 대상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서기도 한다. 비난과 선망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돈 그리고 권력은 어째서 양립하지 못하고 항상 붙어있기만 할까?


그것은 바로 돈이 있으면 권력을 가져올 수 있고, 권력이 있으면 돈을 모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된 현실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현재의 실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까운 일제 강점기의 예로, 친일파들이 거둬들인 그 많은 재산은 매국 권력을 이용한 부정 축재된 것임이 속속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이 없는 그들의 후손들은 오늘도 여전히 부를 누리며 잘 살고들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권력 소유하기 그 돈을 적절히 잘 이용하고  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도다.’ 논어 중에 술이 편에 나오는 이 말을 곧이 곧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 시대에는 아무도 없다.


이래도 ‘돈’, 저래도 ‘권력’은 살아있는 현재의 실상이다. 그만큼 ‘배금사상’이 팽배한 오늘을 우리는 살고 있고, 돈과 권력 중에 하나라도 잡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사람들을 옥죄어, 그러잖아도 팍팍한 오늘의 현실을 더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1978년 7월 8일. 날짜도 잊히지 않던 그 날. 나는 김포공항의 하늘을 날아올라 열사의 나라 Kuwait로 향했다. 돈을 벌기 위하여서였다. 활주로를 박차고 솟아오른 비행기가 서해바다 위를 지나갈 때,  머릿속에는  집안의 경제적인 난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일념만이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에게 주어지던 당시의 사정은 절박하고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흙 수저 집안의 2남 4녀 중, 둘째로 태어난 나의 처지는, 구구히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난했으며, 모든 가족들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으며, 또 나를 보며 희망과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개천에서 나온 지렁이가 아니라, 억지로 만들어진 용이 될 수밖에 없었다.


6년간의 중동 생활은 나에게 어느 정도의 디딤돌을 놓아주었고, 나는 그 바탕 위에 벽돌을 차곡차곡 쌓는 기분으로 집안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토록 우리 시대는 오일달러에 힘입은 세계의 경제정세 덕분으로, 뚫어나갈 수 있는 빈곤의 탈출구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존재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수가 즐비하게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행운의 시기를 맞이한 참으로 행복한 세대였었다.


흙 수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삶의  일선에서 자신들에게 덮어 씌워진, 흙물을 씻어내기에 여념이 없었고, 사회는 그들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발전과 진보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이러한 호황은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게 되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초석이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고령사회를 넘어 초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는 그 답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각계각층이 아우성이다. 청년, 중년, 노인 할 것 없이 우리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분출되는, 여러 가지의 문제들을 파생시키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경제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 점은  단연  ‘청년 빈곤’이다.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그들이 심히 안타 뿐이다. 청년들이 깨금발이라도 디디고 설 수 있는 디딤돌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발판도 없이, 그저 어둠속을 헤매고 있을 뿐이다.

     

나라의 미래는 자라나는 우리 청년들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우리는 흔히들 얘기한다. 이러한 중론과는 달리 현재 청년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부여되는 실업자의 딱지는 고사하고라도, 학자금을 갚지 못해 빚쟁이로, 심지어는 신용불량자로 전락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그들을 아예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여러 가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영 시원치가 않는 모양이다. 이러는 사이에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은 병들며,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는 여러 가지의 복합성이 내재되어 있고,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대책이나 묘수도 국내외의 여러 변수들에 의해, 이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어쩌다 호기를 만나 술술 잘 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만큼 외부의 여건에 민감하고,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바로 이 경제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우리가 청년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 준들 무슨 소용이 있어 리오 마는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음을 변화시켜 새로운 다짐으로 도전해야만 한다. 설령 신기루만이 보인다 하더라도 포기는 금물이다.

오아시스는 아무도 모르는 순간, 시나브로 눈앞으로 성큼 다가설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이는 나무가 없다고 해서 결코 숲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보이지 않고 키 작은 나무 저편에, 아담한 숲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시간이 흘러 먼 훗날 이러한 어려운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으로 남기 위해서는

한 순간이라도 포기하려는 생각을 접기를 바란다.     

길을 찾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길을 찾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임하며,

보다 나은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 순간 좌절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쉼 없이 그리고 묵묵하게 걸어가는 우리 모든 청년들에게 축복을 빌어주고, 그들의 파이팅을 감히 기대해 다.


또한, 우리 모두는 지금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심각히 고민해 보며, 그들에게 디딤돌을 마련해 줄 방법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되지 않나 싶다.

                                                   (2020. 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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