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 베드로 Dec 28. 2022

풍요(豊饒)와 결핍(缺乏)

근본에 따른 삶의 형태

철학자이자 시인인 독일의 괴테는 그의 책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 의미를 모른다^라고 하였습니다. 맞는 말이다 싶습니다. 그렇다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인생의 참 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녀가 생각했던 그 의미는 우리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거의 비슷하기는 할까요? 글쎄요? 저는 문득 결핍이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있어야 할 것이 아예 없거나 모자람을 말하는 이 단어는,  물질적일 수도 있고, 또 정신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신이든, 물질이든 간에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연 무엇이며? 이에 반한 풍요란 말은 또 우리에게 어떻게 닥아서는지가 긍금합니다. 사실, 현실에서의  결핍과 풍요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기 마련이고, 결핍은 풍요를 향해 끊임없는  구애를 계속하지만, 그에 반한 풍요는 모자라고 부족 곳을 채우기는커녕 오히려 그 몸집을 더 불리지 못해 안달이 났습니다. 서로를 다독며 균형을 조화롭게 이루어 나가면 좋으련만,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데로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결핍과 풍요는 각각의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양하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나 살아온 전체가, 풍요로움으로만 도배된 그 여왕의 삶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눈물 젖은 빵은 결핍을 경험한 자들만이 가질  있는 값지고 고귀한 가치로 남겨두어, 인생의  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모토로 삼는 것이 맞지 않나 싶네요.


참으로 풍요로운 오늘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결핍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무엇인지 조차도 모른 체, 넉넉함의 늪에 취하여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둠 속 한쪽 켠 어딘가에서는 부족함에 시달리는 적지 않은 슬픈 영혼들이, 오로지 오늘 하루만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내일의 풍요를 꿈꾸기는 커녕,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습니다. 단지 지금  순간이 별  없이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 고통스럽고, 결핍된 인생의 틀에서 진액으로 추출되는 삶의 참맛을 무의식의 잠재속으로 흠뻑 들이키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들의 뇌리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는 그 인생의 진미를  그때는 느끼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주는 삶의 무게는,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쉽게 허락해  않기 때문입니다. 한참 후 미래에 가서야 그들은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차곡차곡 쌓인 그것들이 가져다 줄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물질의 결핍으로 겪었던 서러움보다 훨씬 소중하고 귀한지를 말입니다.


풍요로움은 좋은 것입니다. 쪼들리고 팍팍함 보다는 넉넉하고 여유로워서,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합니다. 모자람과 결핍은 항상 기듯 종종걸음을 내 디뎌야 하지만. 풍요는 너그러움이 동반되는, 그야말로 모든 면에 있어서, 보다 나은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할 것입니다.


결핍하다고 해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로 인해 불편하고, 아쉽고, 때론 풍요의 그늘에서  존재감이 미미할지라도 결핍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넉넉함은 부족한 곳에서 그 빛을 발하듯이 결핍된 환경에서 겪게 되는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정신적인 가치와 물질적인 가치를 놓고 볼 때,  그 어느 것도 우선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듯이,  결핍은 모자라는 데로, 풍요는 그 넉넉함의 장점으로 균형의 미를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넉넉하지만 겸손하게, 모자라지만 떳떳하게 꾸며가는 삶의 모습을, 진정 보고 싶습니다. 그 옛날 공자님도 말씀하셨습니다. 부자라고 뻐기지  것이며, 가난하지만 비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富而無驕 貧而無諂)

                                             2022.12






작가의 이전글 老年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