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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go Sep 20. 2020

남자 친구에게 삶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인생은 네 옆에서 눈을 뜨는 거야

친구들이랑 랜선 모임을 했다. 2시간 동안의 영상 통화를 마치고 났는데, 뭔가 모를 허무함이 남았다.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내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공감 가는 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은 다르기에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더 많은 걸 바라는 나의 욕심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같은 고민을 하던 학생 때의 친구 관계가 그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같은 꿈을 꾸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요새 가끔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세상으로 세상을 바라볼 거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닌 것을 알고 살짝살짝 놀라곤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재밌어 진지한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하면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럴 때는 재빨리 가벼운 주제를 꺼내 들어 대화의 흐름 바꾼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내가 그새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낀다. 나만 이 세상에 홀로 동 떨어진 기분이다.



책으로 점점 파고드는 이유도 이런 것 같다. '맞아!', '인정!', '이거지!'라고 외칠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 이다. 내 속을 대신해서 시원하게 박박 긁어주는 느낌이 그리워서이다.






이렇게 약간의 허무함이 남은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남자 친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나보다 6시간 느린 하루를 살고 있는 그에게 투정처럼 '인생을 뭘까?'라고 물었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건 내 판단이나 편견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얘기하곤 한다.) 어린아이 같은 밝은 그의 모습이 예전에는 답답하기도 했었는데, 생각을 바꾼 이후로는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단순한 남자 친구의 장점은 신기하게도 내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그냥 쉽게 풀어낸다는 거다.



남자 친구 : Hey, how are you today?

나 : Ahhhhhhhh........ I don't know.. not really good.. What is life?

남자 친구 : Um, for me, life is waking up next to you.



'인생이 뭘까?'는 질문에 남자 친구는 '인생은 네 옆에서 눈을 뜨는 거야'라고 답했다. 인생을 즐기고 가끔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인생이란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는 것이 인생이란다.



웃음이 팍 나왔다. 그의 말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들로 채워가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통찰력인지 순수함인지 모를 것으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대답을 하는 그가 신기하다. 그의 눈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색깔일까?



다시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었던 오늘 하루가 참 소중하다. 오늘 전화가 허무했던 이유는 내 공허한 마음의 이유를 찾기 위한 변명도 한 몫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무언가가 필요했나 보다.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나눠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면 더 즐거운 통화였겠지.



배움은 언제나 곁에 있다. 눈을 뜨고 그것을 보느냐, 그냥 눈을 감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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