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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go Aug 24. 2020

행복과 힘의 상관관계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행복, 세로토닌

사람들이 나의 꿈에 대해서 물을 때 나는 대개 행복한 삶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삶의 전반에서 그 행복을 좇기 위해 힘이 닿을 때까지 노력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행복은 이런 것이었다. 큰 일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큰 성취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느끼는 흥겨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끼는 달콤함. 나는 이러한 행복이 숨 쉬는 매 순간순간 느껴지길 원했다. 



하지만 막상 행복한 순간에 대해 떠올려 보려 하면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인생에서 자신 있게 남들에게 꺼내 놓을 만한 행복한 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 때의 행복은 순간의 자극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대입에 성공했을 때 나는 망친 국어 영역에 대한 후회와 그 결과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물으면 또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 있게 이것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이미 행복을 원한다는 대답에서 그것이 나에게 결핍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떤 것을 간절하게 바랄 때 그것이 온 힘을 다해 나에게서 멀리 도망치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시험에서의 낙방, 꿈꿔왔던 기업으로부터 불합격 통보, 가장 잘 보여야 하는 날에 올라오는 뾰루지까지. 그리고 그것을 내가 바꿀 수 없다고 느낄 때 그에 대한 분노와 애증은 더 커진다.



내가 살면서 바라는 것. 오직 한 가지를 꼽자면 그것은 행복이었기에, 나는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 원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그것을 알아채고 재빠르게 도망가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추구했던 행복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 상상 속 행복은 만화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밝은 웃음과 미소, 모두가 인정하는 위대한 것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 내가 바라던 웃음과 미소는 진실된 것이 아니었고.

둘째, 나는 노력하지 않았기에 상상 속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셋째, 숨 쉴 때마다 느끼는 행복은 내가 경험해 본 것이 아니었다.



행복과 호르몬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행복을 담당하는 호르몬에는 2가지가 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묘사했던, 그리고 내가 원했던 행복은 도파민에 의한 행복이었다. 자극과 흥분, 큰 성취로부터 얻어지는 폭발적인 기쁨. 이러한 도파민의 지속적인 분비를 위해서는 매번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을 숨 쉴 때마다 얻기 위해서는 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미치거나, 마약을 시작하거나.





운이 좋게도 나는 미치기 전에 이 숨 쉴 때마다 느끼는 행복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 행복은 어처구니없게도 삶의 목표와 생각의 방향을 바꾸자마자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철학책을 읽기 시작한 이래 여러 단계에 걸쳐 몇 번의 마음의 변화를 겪었는데. 그 시작은 누구보다 이기적으로 살자는 마음이었다. 이를테면 이렇게.


나는 누구보다 이기적이기에 내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겠다. 나라도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겠다.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것을 나라도 들어주겠다. 지치고 외면하고 싶은 현실 속에서도 나를 위해 또다시 현실을 직시하겠다.



그런 마음은 점점 더 커져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까지 옮겨갔다.


이기적인 나는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기에, 남의 행복까지도 바라겠다. 나는 누구보다도 힘을 갖길 원하기에 내가 가진 것을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 나는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끼고 싶기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어야겠다.



그 뒤로 나의 삶의 목표 중 하나는 나누는 것이 되었다. 그것은 착해서가 아니고 내가 가진 것이 많아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내가 나를 지킬 힘이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기에 그냥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무언가를 가장 빠르고 쉽게 나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나는 이것을 확장해서 사람뿐만 아니라 지루한 나의 일상도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마음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미 내 삶에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삶을 살기 시작하자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였을 시절 무렵부터 엄마 손을 잡고 다니던 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은 외국인 노동자와 취약 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고 실제로 범죄 소식이 종종 들려오곤 했기에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공포에 사로잡히곤 했다. 뒤에서 누가 나를 칼로 찌르면 어떡하지, 납치하려 하면 어떡하지. 나는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아무 저항도 못하고 당하는 나를 상상하곤 공포에 떨곤 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힘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 뒤로 그 골목길을 지나는 것이 더 이상 예전만큼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범죄 상황에 노출이 되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하면 헤쳐나갈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상생활을 대하기 시작하니 마음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예전의 나는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더 크게 다가왔다. 마음의 불안이 작아지니 걱정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좋아하는 것이 없던 사람에서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일 벌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서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배우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에서 일상의 작은 것에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되었다.



길거리를 걸을 때에도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 나란히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세 아주머니가 그렇게 귀엽게 보일 수가 없었다. 아파트에 입구에 쪼그려 앉아 계신 할아버지에게 애정을 느끼며 그가 행복하길 바랐다. 사람을 대할 때 내 불안과 공포를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을지 마음을 졸였다면, 이제는 불안을 느끼는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내가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착한 사람이 되길 원했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남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남을 도울 힘은 없었다. 나를 지킬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기적으로 살기를 결심하자 나는 마침내 바라던 이타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을 바라는 바 없이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하지 않아도 숨 쉬듯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호르몬이 바로 세로토닌이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 오랜 된 친구와 함께할 때 느끼는 친밀감,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주는 상쾌함.




이런 행복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1) 내가 나일 수 있는 힘

2) 거절당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

3)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태도

4) 나와 같이 남을 존중하는 자세


본인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길 원한다면, 그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내가 추구하는 행복이 실제로 존재하는 행복인가? 내가 이룰 수 있는 행복인가? 그 행복한 삶을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행복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꿈꾸는 삶은 무엇인가?

 



가볍게 쓰려고 했던 글이 길어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오늘도 행복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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