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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Mar 08. 2022

과도한 애정의 부작용

루퍼트가 퇴원한 지 2주가 지나갔다. 꽤 컨디션이 좋았고, 기운도 넘쳐났다. 넘쳐나는 정도가 지나쳐서 자신의 콧줄도 계속 빼서 결국 콧줄을 완전히 빼버리기 까지 했다. 덕분에 약과 밥을 먹이는 데에 내가 고생을 더 하게 되었다. 시간 맞춰서 콧줄로 주사기에 넣어주면 다였는데, 이제는 입에 넣어줘야 한다.


오늘 검진을 받으러 간 날인데, 사실 어제 새벽부터 호흡이 조금 불안하긴 했었다. 그래도 좀 어중간하기도 하고 너무 빠르지 않아 응급실에 가지 않았는데, 오늘 검사를 하고 나니 폐수종이 또 찾아온 것이다.

나는 내가 고구마에 약을 섞어 줘서 혹시  고구마가 소화가 안되어 약이 그냥 배설된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지만 그것은 아닌  같다고 한다.

어쩌면 심장 기능을 정말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의사의 생각으론, 아마 내가 루퍼트를 너무 과하게 케어하는 것 같고 그게 루퍼트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루퍼트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픈 와중에 무리해서 한 것이 있긴 있었다. 바보같이 나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강아지가 좋아졌다고만 생각해서 눈곱도 닦아주고 입 주변도 닦아주고 한 것이다. 그걸 싫어하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생각도 못한 체.


다 모두 나의 과실이고 불찰이라, 내가 오히려 병을 키우는 거라면 루퍼트에게 조금 관심을 끊어봐야겠다.

지금은 곤히 잠들었지만, 언제 또 호흡이 안 좋아질까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사실 아까 약을 주사기에 넣어서 주는 도중에 약간의 사고가 났었다. 심장약과 이뇨제를 주사기에 넣고 입에 밀어 넣다가, 루퍼트는 그 약을 혀로 뱉어낸 것이다. 다행히 갑상선 약은 한 번에 다 먹었다. 하지만 이뇨제와 심장약이 제일 중요하기에 손실된 양을 알지도 못하여 얼마를 더 줘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했지만, 자신도 얼마나 약을 투여했는지를 정확히 모르니, 어쩌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정 불안하면 반만 먹여보라는 말을 했다. 사실 그때 깨달은 것이, 아, 내가 너무 루퍼트를 걱정하는구나. 걱정을 사서 하는구나, 그래서 나아가는 병도 더 안 좋아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제 알겠다.

호흡이 나빠지면 응급실로 오라는 것인데, 나는 응급실을 가야 한다는 계획을 이미 마음속에서 세우고 그것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 하면서도 이미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불안감이 루퍼트에게도 전해져서, 녀석도 마음이 불안정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미안하다. 루퍼트.

또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한 것 같아서.

네가 싫어해서 밥이랑 전해질은 못줬는데, 좀 이따가 줄게. 지금은 그냥 쉬렴.

잘 해쳐 나가자. 나도 변할게. 미안했다. 넌 분명 좋아질거야.

나도 좀 쉴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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