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가 퇴원한 지 2주가 지나갔다. 꽤 컨디션이 좋았고, 기운도 넘쳐났다. 넘쳐나는 정도가 지나쳐서 자신의 콧줄도 계속 빼서 결국 콧줄을 완전히 빼버리기 까지 했다. 덕분에 약과 밥을 먹이는 데에 내가 고생을 더 하게 되었다. 시간 맞춰서 콧줄로 주사기에 넣어주면 다였는데, 이제는 입에 넣어줘야 한다.
오늘 검진을 받으러 간 날인데, 사실 어제 새벽부터 호흡이 조금 불안하긴 했었다. 그래도 좀 어중간하기도 하고 너무 빠르지 않아 응급실에 가지 않았는데, 오늘 검사를 하고 나니 폐수종이 또 찾아온 것이다.
나는 내가 고구마에 약을 섞어 줘서 혹시 그 고구마가 소화가 안되어 약이 그냥 배설된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심장 기능을 정말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의사의 생각으론, 아마 내가 루퍼트를 너무 과하게 케어하는 것 같고 그게 루퍼트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루퍼트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픈 와중에 무리해서 한 것이 있긴 있었다. 바보같이 나는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강아지가 좋아졌다고만 생각해서 눈곱도 닦아주고 입 주변도 닦아주고 한 것이다. 그걸 싫어하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생각도 못한 체.
다 모두 나의 과실이고 불찰이라, 내가 오히려 병을 키우는 거라면 루퍼트에게 조금 관심을 끊어봐야겠다.
지금은 곤히 잠들었지만, 언제 또 호흡이 안 좋아질까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사실 아까 약을 주사기에 넣어서 주는 도중에 약간의 사고가 났었다. 심장약과 이뇨제를 주사기에 넣고 입에 밀어 넣다가, 루퍼트는 그 약을 혀로 뱉어낸 것이다. 다행히 갑상선 약은 한 번에 다 먹었다. 하지만 이뇨제와 심장약이 제일 중요하기에 손실된 양을 알지도 못하여 얼마를 더 줘야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했지만, 자신도 얼마나 약을 투여했는지를 정확히 모르니, 어쩌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정 불안하면 반만 먹여보라는 말을 했다. 사실 그때 깨달은 것이, 아, 내가 너무 루퍼트를 걱정하는구나. 걱정을 사서 하는구나, 그래서 나아가는 병도 더 안 좋아지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제 알겠다.
호흡이 나빠지면 응급실로 오라는 것인데, 나는 응급실을 가야 한다는 계획을 이미 마음속에서 세우고 그것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 하면서도 이미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이런 불안감이 루퍼트에게도 전해져서, 녀석도 마음이 불안정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미안하다. 루퍼트.
또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한 것 같아서.
네가 싫어해서 밥이랑 전해질은 못줬는데, 좀 이따가 줄게. 지금은 그냥 쉬렴.
잘 해쳐 나가자. 나도 변할게. 미안했다. 넌 분명 좋아질거야.
나도 좀 쉴게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