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소시적 자취할때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 거기다 책을 쓴 작가도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몇 번 눈에 띄였던 분.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순간부터 '자취남'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이 목록에 올라왔다. 아마도 '리틀타네'라는 귀농 유튜버의 영상을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연관으로 추천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알수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 책제목에 대한 관심과 작가의 이름 덕에 왠지 호기심이 동해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남의 집에 관심이 많다. 몇 년전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구해줘 홈즈'를 재미있게 봤다. 영상에 나오는 다른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 집은 인테리어를 저렇게 했구나~ 깔끔하네.'라고 하며 집사람과 방송시간까지 챙겨가며 봤었다.
아마도 남의 집은 누군가 초대해 주지 않으면 쉽게 가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궁금증에 찾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생판 모르는 남의 집은 아무때나 구경 할 수 있지 않다. 공인중개사와 함께 집을 구하러 다닐때나 구경 할 수 있다. 그렇기 떄문에 우리는 남의 집을 엿볼 수 있는 '구해줘 홈즈'나 '자취남'의 영상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우리의 궁금증을 살살 긁어주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작가의 자취 경험담과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만나온 사람들 중 독특했던 분들과 만난 경험,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취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경험을 다룬 에세이다.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내용이지만, 반면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온 만큼 다양한 생활 방식이 있어 읽으면서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은 것들도 있었다.
내게 가장 공감되는 것은 역시나 자유에 관한 부분. 대학 시절 학교가 멀어 자취를 했던 경험 덕인 것 같다. 1학년 1학기 때는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운이 좋아 2학기에는 기숙사를 들어갈 수 있었다. 통금시간 같은 제약이 있던 기숙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만에 맞이하는 부모님으로 부터의 탈출은 거부할 수 없는 '자유의 맛'이 있었다. 기나긴 학생(고등학교 까지) 생활의 끝에서 부모님의 시선과 잔소리로 부터 벗어나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논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았던 나의 행동반경이 두배, 아니 열배는 넓어진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을 만끽하던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고 복학을 했다. 2학년에 복학하면서 기숙사 신청기간을 놓치고 다시 통학버스의 위협이 찾아왔다. 기나긴 통학 시간도 부담되었지만, 자유의 맛이 그리웠다. 그래서 1학년때 함께 기숙사에 있던 룸메이트들과 주저없이 자취를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자취 생활은 3년간 연장되었다. 물론 대학 생활의 졸업 및 취업과 동시에 끝나버렸지만,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비록 지갑 사정은 즐겁지 않았지만)
3년의 자취 기간동안 룸메이트가 늘 있었는데, 룸메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경제적 부담이 1/N이 된다는 점이고, 단점은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이었다.
나는 꽤 재미없게 노는 사람이라 룸메이트 중 한명은 나랑 있으면 재미없다고 중간에 나가기도 했다.(일단 음주가무를 그닥 안좋아했다.) 반대로 나도 잘 안치우는 편이지만, 나보다 더 안치우는 룸메이트를 만날땐 열심히 치우면서 다니기도 했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더러움의 수치는 각각 상대적이라는 것을 이 때 깨달았다.)
그럼에도 자취를 하면서 룸메이트와 함께 치킨을 시켜다 맥주 한잔하며 수다도 떨고, 근처에 살고 있는 동기나 후배들을 불러 모아 파전+막걸리 잔치를 했던 기억들은 지금에 와서 보면 두 번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간혹 일이 있어 당시 함께 있었던 룸메나 근처에서 지냈던 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을 추억하고는 한다. (그냥 나이들어가는 중년들의 추억 팔이 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나서 집에서 통근하지 않고 회사 근처에서 자취했다면 지금 어떻게 변했을지 말이다. 가지 않은 깊을 상상해봐야 무쓸모겠지만, 그래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자유니까. 더 씐나게 놀았을지, 아니면 반대로 진실강건하게 돈모으고, 공부하며 지냈을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후자가 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난 지금도 놀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