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쉼표 사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Apr 03. 2022

정겨운 소리들.

푸른 소리들.




지난겨울 길게 자란 가지 하나 꺾어서 물꽂이 했더니 뿌리를 내렸더라. 

그 아이를 살살 흙에 심어주었는데 이토록 꽃을 보여주다니 참으로 기특도 하여라. 

이 아이가 란타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처럼 자잘하게 피어나는 꽃.


안방에서 잠을 자고 그대로 일어나 아침을 맞이한다. 창을 열고 바람을 여니 포근하다.

빛이 내린 화분마다 조금씩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언제나 감사 같다.  

한껏 기지개를 켜면 내 마음도 열려 환기 모드

오늘도 갇힌 공간 안에서 꼼지락거릴 힘이 남아있음을 확인한다. 다행이다. 

그럭저럭 나아지는 숨결을 느낀다. 

미세하지만 몸의 세포들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 같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잘 맞지 싶다. 이것도 내 생각.


오늘 아침 문 앞에 놓인 밥상을 들이며 나는 또 한참 따뜻했다.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 달그락대며 설거지하는 소리. 옆지기의 가사노동 소리. 다 정겨운 소리.



푸른 소리들.



나는 갇혀 있어도

너는 열려 있도록 빛난다

내가 아프면

너는 파랗도록 빛난다

그러면 덜 아프다

그러면 덜 갇힌다

바깥이 봄이라서

방 안에도 봄이라서

햇살은 저만치에서

이만치 눈부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