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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샘 Mar 22. 2023

영화 속 교육 이야기 5

그대가 조국

출처: movie.daum.net

아내 덕분에 제주 시사회에 참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작품을 너무나 좋아했다. 이승준 감독의 이번 영화는 마이클 무어의 유쾌함은 없었지만, 이승준 감독 특유의 묵직함이 있었다. 대선이 끝나고, 지방선거까지 모두 끝난 뒤에 참석한 시사회였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함이 많았다. 조국 사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모르는 부분이 참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 IP 주소가 비슷하다고 해서 동일 장소에서 표창장이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는 검찰의 말도 안 되는 주장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영화관에서 빵~ 터져버리고 말았다.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조국 사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도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갑자기 조국 사태에서 교육이 핵심 이슈가 되면서부터 였기 때문이다.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처음에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아내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었다. 그런데, 사모펀드 이야기는 다 사라지고 결국 남은 것은 "표창장" 그리고 딸에 대한 각종 입시 비리 의혹 아빠 찬스 이런 것들만 이 남게 되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시 주광덕 전 의원이 조국 딸님의 생활기록부를 언론에 공개했던 사건이다. 생기부 이것은 무엇인가? 교사들이 매년 그렇게 보안에 신경 쓰면서 작성하는 생기부! 나이스가 처음 들어올 때 이 생활기록부, 학생정보가 유출될까 봐 그렇게 노심초사했던 그 생기부!  잘못 수정하거나 임의로 수정, 유출되면 해당 교사는 바로 해직되는 그 생기부. 한 번 정정하려면 그렇게 까다로운 바로 그 생기부.  그걸 한 국회의원이 청문회장에 들고 와서 쥐고 흔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저걸 어떻게 얻었지? 선생들이 저걸 보내 줄리가 없는데?' 

  지금 현재 그 생활기록부는 유출 사건은 유출자를 찾지 못해 수사가 종료되었고, 개인의 생활기록부를 유출해서 언론에 뿌린 주광덕은 지금 경기 남양주 시장이 되었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님은 부산대 의전원, 고려대학교 등의 입학이 취소되면서 졸지에 고졸자가 되었다. 


 정치 문제가 교육 문제가 된 것이다. 생기부 유출, 입학사정관, 표창장, 입학취소, 동양대 총장  어느 것 하나 교육과 관련 없는 일들이 없다. 그리고 조국 사태의 결과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대표적으로 조국 사태 이후 정시는 40%까지 확대되었고, 정시 확대는 혁신학교 등 기존의 혁신교육운동에 악영향을 주었다. 이는 혁신학교가 학력을 떨어뜨렸다는 뇌피셜과 화학 작용을 하면서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7월부터 새로운 교육감들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진보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많다. 잠깐 그 역사를 돌아보고 영화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에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대거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세월호, 그리고 무상급식의 영향으로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었다고 언론에서는 분석들을 내놓던 시절이었다. 이때부터, 진보교육감의 혁신학교 운동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4년 뒤에 다시 또 뒤집힐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혁신학교 운동은 성공적이었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의 만족도가 처음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이 사실상 전국을 휩쓸었다. 그러나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혁신교육의 아이콘이었던 김상곤 교육감이 1년 넘게 끌어온 대입 방안에 대한 평가가 최악으로 나오면서 그 해 8월 그는 경질되고 만다. 그 당시에  한 번 잘못 끼운 정시의 단추는 결국 모호한 공정 이슈만 던지고 객관식 수능 시험 확대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사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정시 선호한다는 판단 때문에 어떻게든 정시를 확대하고 싶어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위 진보 정부에서 교육을 거꾸로 갔다. 


그때부터였을까? 구글에서 혁신학교 전환 반대라고 검색하면 2018년 12월부터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유치를 반대하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리고 우후죽순 여기저기 생겨난 혁신학교들은 그 정체성을 잃고 무늬만 혁신학교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기 시작한다. 

 2010년대 초 소위 혁신교육을 이끌었던 "앞바퀴" 교사들은 더욱 확대된 혁신교육을 위해 교육청에 들어가고, 현장에는 일명 "앞바퀴" 교사 없이 무늬만 혁신학교인 경우들이 많아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다른 시도에 강의를 가보면 장학사들이 가장 의식이 깨어있고, 현장교사들은 별로 혁신의 의지가 없이 앉아 있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혁신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진짜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4년 뒤에서는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때부터 OECD에서 실시하는 PISA의 평가 결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3년마다 실시하는 PISA 평가에서 2012까지 전체 국가 중 읽기, 수학, 과학 모두에서 대부분 5위 이내 순위를 차지했으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PISA 2015에서는 읽기 4~9위, 수학 6~9위, 과학 9~14위를 기록했으며 PISA 2018 결과도 비슷한 상황(출처 : 에듀인 뉴스) 이 연출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과거 2012년 당시 결과를 보면 성적은 우수했지만 학교 생활 만족도, 각 교과에 대한 효능감 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PISA 성적은 낮아졌지만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나 , 각 교과에 대한 효능감은 상승하였다. 어쩌면 그동안 학생들의 행복을 인질 삼아 억지로 끌어 오렸던 성적의 거품이 빠지고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졌고, 교육부는 어처구니없게도 '부모 찬스'를 막기 위해 서울시내 주요 대학 정시를 40% 확대하겠노라고 발표한다. 지난 1년간의 공론화 과정은 다 무시되었고, 조국 일가를 교육부 스스로 '부모 찬스'라고 낙인찍었고, 조국 일가를 정부의 정시 확대를 위한 희생양을 삼았다.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졌다. 2020년 3월 역사상 유래 없는 개학 연기가 이뤄졌고, 학생들의 학력은 곤두 박질 쳤다. 중위권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앞에서 언급한 학교생활의 만족도 따위는 조사하는 의미가 없었다.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고, 이는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혁신학교도 코로나를 피할 수는 없었다. 코로나 끝물에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이러한 여파 속에서 어쩌면 진보교육감들이 그나마 선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이 말미는 결국 증거능력이 없는 동양대 PC로 인해 3심 대법원 판결에서 반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정경심 교수는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살게 되었다. 그 엄중했던 혐의들은 다 사라지고, 문서위조와 업무방해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내가 6학년 부장을 했던 당시 학교장 표창에 직인을 파일 형태로 인쇄하기 편하게 만들어서 찍은 게 몇 장이던가? 그럼 도대체 나는 실형을 몇 년을 살아야 하나?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희망을 불씨를 남겨놓는다. 언젠가 재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 그러면서 실제로 그 희망이 불씨가 되어 진실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다시 움직인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 멘트는 의미 심장하다. "다시 자료들 모아봐야죠!" , "사람들에게 알려야죠! 뭐가 진실인지..."  대법원! 법적 판단의 최종단계! 그게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한 사람들은 이제 까지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나왔고, 이건 하나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난 대선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도 또 한 번 절망했다. 특별히 내가 있는 제주 교육의 앞날이 너무나 암울했다. 제주에서 첫 번째 진보교육감이었던 이석문 전교육감은 제주에 정말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제주시내 평준화 인문계 고등학교의 기형적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한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실을 맺던 중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진보교육감들이 특별한 잘못을 해서 이번 선거에서 대패한 것이 아니다. 시대적 상황과  이슈, 코로나에다가 대통령 취임 1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 등 온갖 악재가 덮쳤다.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학력저하는 일정 부분 학생의 행복권을 담보로 얻었던 기형적 학력(수학 PISA 1위)에 거품을 빼고 균형을 잡는 과정이었고, 코로나 이후의 학력저하는 누가 교육감이고 대통령이어도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소위 진보(?)라고 말하는 교육감들의 방향이 틀리거나 잘못되어서 이번 선거에 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추구했던 방향은 그르지 않았다. 

 지역을 균형 발전시키려고 했고, 학교를 좀 더 민주화하려고 했으면, 학생들의 인권이 존중받기를 바랐고, 보여주기 식 학력(서울대 합격자 수)은 학생의 학교 만족도와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아침에 선도부가 등교하는 학생들 벌을 세우던 아침의 풍경은 교장이 교문 앞에 나와 아침 맞이를 하는 풍경으로 바뀌었고, 교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왠지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할 것 같고, 수업은 많은 방황을 거치면서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보수 교육감의 시대가 열렸다. 제주, 부산 등에서는 일제고사를 부활하겠다면 으름장을 놓는다. 심지어 부산의 하윤수 교육감은 성적과 석차를 공개하겠다며 교육혁명을 하겠다고 선포한다. 

 

흔들리지 말자! 우리는 우리가 가던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수업 나눔을 하고,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아이들과 아침인사를 나누고, 학부모와 더 소통하고, 더 열심히 학교 민주주의를 외치고, 더 열심히 경쟁교육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여전히 학부모 편지를 쓰고, 온라인 가정방문을 하고, 일대일 결연을 하고, 학업에 뒤처지는 아이들을 따로 가르치고, 정서 위기 학생을 돕고, 여전히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며, 여전히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를 위해, 동료 교사와 학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을 다시 경쟁으로 사교육을 내모는 정책에는 함께 거부해야 한다. 일제고사가를 보겠다고 하면 거부하고, 성적 공개도 거부하고, 석차 공개도 거부해야 한다. 경쟁교육이 아닌 협력교육으로 우리의 가던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왜 그러한가? 나는 성경 어디에도, 아이들 경쟁시키고, 낙오시키고 승자 독식의 교육 문화를 만들라는 말씀을 본일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약자를 돕고, 보호하며, 배려하고, 어린아이와 같이 되라는 말씀만 보아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고, 교육감이 누가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상황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 이 글이 그 시작이다.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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