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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May 24. 2024

초여름 낮 에어컨 아래  그리고 그 전력망과 이를…

나루시선, 69

초여름 낮 에어컨 아래 그리고 그 전력망과 이를 유지하는 거버넌스 위에서



                      서나루




이성애 하루이틀 합니까?

이 침대에서는 몇 명이 자고갔냐는 농담

그래도 생각보다는 덜 더워져서 다행입니다

오월인데

디카페인 드립백을 내려서 그대에게 주고

내 것에는 제로칼로리 헤이즐넛을 짜넣습니다


그대와의 복잡한 관계를 생각합니다

간단했다면 도망갔을거니까.

연애라 부르던 것도 이젠 없습니다
사귀는 거라 말이나 했습니까

카페인 없는 커피, 무지방 크림, 무알콜 맥주*


나는 당신 입장을 웃겨 하고

당신도 내 입장에 흥미를 느낍니다

저 처럼 생각하게 될 거라고 말했죠

느는 건 유머뿐입니다

자꾸 학살당한 시신들이 떠오릅니다

섹스 하는 도중엔 생각 안났으면 좋겠는데

별일있겠습니까

요즘은 불교 디제잉이 재미있습니다


식기세척기가 돕니다

공기청정기, 냉장고, 제빙기, 5.25인치 우퍼도

원자력 터빈의 힘이죠

프로파간다는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아직 많이 덥지는 않고

소주에서 소주 맛을 잡았고**

우리 섹스엔 임신이 없습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도시 대구광역시처럼

중앙로, 카레 체인점의 다진 김치처럼

우리는 촉촉하고 또한 중국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꽉찬 로데오거리가

선배가 죽어도 상상 못한 종말입니다

장엄한 멸절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나요

온누리가 개작살나는 것두… 선배에겐 일종의 복수였구나?


아직 밤에는 선선하드라고, 그러지말구

여기 같이 와서 셋이 놀아요. 사랑이 구원이라는데

당신은 민중과 결혼했잖아

민중은 당신과 결혼해줄까?


우린 결혼 없이도 다 즐겨요

모든 걸 혼자 할 줄 알거든

애 혼자 키우는거 아직 안보여줬나?


상대방과, 상대방과의 이혼을 동시에 사랑하는

침묵이 반가운 사이

당신의 집에 들를까 하다가, 그냥 집에 가서 혼자 합니다 우린

1등주식을 사모읍니다


엄마의 강박과

엄마가 알아서는 안 되는 귀한집 따님의 삶

아무래도 자제분께서는 마음을 정하신 듯해요

안전핀과 뇌관처럼 쪼개지는 유전자의 대칭

체세포에 든 딸래미의 가능태에 관하여서도

바꿀 의견은 없습니다


침략당하는 민주국가의 징병자들이 쓰게끔

탄두를 기증하는 징병자들의 민주국가

그것의 비례대표

가로등과 진흥원

변호사비도 안 나오는 소액피해

혁명하기엔 내 삶은 너무 소중해

그런가?

우리는 바꿀 방조차 없어요***

그런가?

아직 선선한 틈새에서의 야외 노출 플레이, 괜찮지.

그것도 일종의 기후변화 절감이야


지구상의 전체 육지상에 대한 155mm HE 탄착군의 분포도가 완전연속균등분포이거나 적어도 최소한 완전정규분포곡선을 형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이 있다는 증거게 없다는 증거게?

개씨발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한번뿐인 인생에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 슬라보예 지젝, 『The Fragile Absolute: Or, Why Is the Christian Legacy Worth Fighting For?』,  2000, Page. 29

** 보해양조, 천년애 소주 캐치프레이즈 <소주에서 소주맛을 잡았다!>, 2018

***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1960




사진: UnsplashEnrico Mantega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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