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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공간 Jan 28. 2022

MZ 세대의 불안장애: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아이

그리고 더 소심하고 불안한 어른이 된 나의 이야기


요즘에는 불안장애를 가진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끊임없이 발전되는 세상과는 엇 박자로 자라는 게 운명이었다는 듯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 외로워져서. 


물론 나조차도 불안장애에 걸린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내 20대를 화려한 커리어가 아니라 불안장애로 장식할 줄은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날 때부터 기질적으로 불안을 타고난 아이였던 건지, 세상이 무서워서 불안을 묻히게 되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20대의 어느 날, 나는 내 몸에서 느껴지는 작은 자극에도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불안에 잠식된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나는 나를 위로하고 싶어'



내가 불안장애를 경험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은 이상하게도 '죽는 병이 아니에요' 라는 명석한 의사의 말도, '괜찮아질 거야' 라는 내면의 언어도 아닌,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글들이었다. 매일 구글과 네이버를 오가며 '내 몸이 이상한 이유'를 검색해 보곤 했으니까. 핸드폰은 언제나 불이라도 난 듯이 뜨거웠고, 나는 손 난로를 쥔 모양새를 하고선 '심장이 엇 박자로 뛰는 이유' 등을 다소곳하게 읽었다.


처음에는 '00의사입니다'로 시작하는 의사의 블로그나, '전문의' 의사 뱃지가 붙은 지식인 답변을 줄창 봤는데, 그이후에는 누군가 토해내듯이 끄적인 경험들만을 읽었다. 어라, 나만 이런 쓰레기 같은 증상들을 겪는 게 아니네? 이상한 동질감 따위가 그렇게나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 사람들이 '여러분 걱정 마세요. 저는 다 극복했어요. 그러니 모두 괜찮아질 거예요' 이런 감성 에세이 멘트를 날렸던 건 아니었다. '죽을 것 같이 아파요', '힘들어서 버티기가 힘드네요' 남을 위로하는 것에 우선을 둔 게 아니라, 본인의 고통을 어떻게든 덜어내기 위해 배출해 낸 문장들일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 말들이 그렇게나 좋았다. 포근하다고까지 여겼을 만큼. 


'나랑 비슷한 것을 겪는 사람' 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들도 애써 삶을 살아내고 있구나라는 측은함 혹은 애잔함을 느껴내면서, 다시 버텨 낼 이기적인 힘을 얻었던 것이다. 




아마 그 사람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 혹은 '너는 아직도 그래?' '다 네 머릿속에 있는 일이잖아.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호들갑 좀 떨지 마' 이런 성가신 어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저런 식으로 말을 할 사람들이라면 내가 죽을 병에 걸려서 눈물을 쏟아내도 '운다고 달라지는 게 있어? 그만 좀 울어' 이런 식으로 말했겠지만)


나도 불안장애가 찾아왔을 때, 내 모든 감정을 무엇으로라도 배출해 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미술을 하고 있다지만 조각품으로 표현하자니 성에 차지 않았다. 한껏 추상적인 형태를 덕지 덕지 붙여놓고는 '나만 아는 스토리' 를 전시한다고 내 슬픔이 덜어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색적인 걸 원했다. '난 이런 걸 겪었고, 그래서 좀 이상해' 뭐라도 설명을 할 수 있는 방법. 그렇게 선택한 것이 글이었다. 차트를 기록하는 것처럼 0시 36분 내가 겪은 증상. 이런 식으로 줄줄이 기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겪었던 감정을 보다 뚜렷하게 그리고 이해 가능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불안장애와 함께 글을 썼다. 입을열어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말 해봤자 '하은아,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했잖아. 그만 좀 해' 이 말이 돌아올 걸 알았기 때문인 건지, 내 안에 쌓여있던 기억들이 감정에 불어 팽창하는 바람에 터져 나왔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빈 화면에 몇 줄기의 문장들이 채워지자 마자 마치 때가 되었다는 듯이 과거의 슬픔들도 딸려 나왔다. '그거 나 아닌데' 다 잊어버린 척하면서 외면했던 오래된 기억들이 말이다.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왔던지,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두려워서 눈물 한 방울도 맘대로 흘려내지 못했다. 그런 내가 가진 슬픔의 무게를 재 보고는 '가벼운데?'라고 심판이라도 내릴까 봐 아픔도 애수도 없는 사람처럼 살았고. 


그렇게 불완전한 나의 모습을 담을 글을 세상 밖으로 내 보이겠다니 난 참으로 웃긴사람이다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나의 미숙했던 감정들이 누군가의 문을 열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온라인 속 익명의 글을 보며 위로를 얻었던 것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아이에서 더 소심하고 불안한 어른이 된 저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책 '네가 번개를 맞으면 나는 개미가 될 거야' 에세이가 예스24에서 예약 판매 중에 있습니다. 


'제 불안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괜히 웃기게 느껴지지만 제 첫 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6527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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