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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똘짱 Aug 02. 2020

나도 엄마가 있다 - 교육감

서른여섯 번째 고자질

엄마. 혹시 우리 친척 중에는 교육감님 없어? 아님 교육장님이라도 괜찮은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국적으로 초등학교까지 내려왔던 적이 있었어. 그 결과로 학교별 서열을 내리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순위는 공개되었어. 부진학생의 비율까지도 말이야. 학교는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시작했어. 학교 평가에 부진학생 비율의 변화가 들어갔기에 어쩔 수 없었어


우리 반도 그 흐름에 벗어나지 못했지. 학교에서 만들어준 문제집을 풀어야 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이외에도 단원평가나 모의평가를 봐야 했어. 물론 교육과정에 없으니 수업시간을 쪼개서 해야 했지. 많은 선생님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변하는 건 없었어. 그렇게 시험은 다가왔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겸사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줬어. 어차피 많은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면 시험공부를 할 테니까 미리 알려주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어. 공부 계획 짜는 것부터 오답노트, 정리노트 만들기까지 알려줬지. 


유독 학원에서 내준 숙제에 집착하는 아이가 있었어. 종종 그렇게 학교에서 낸 과제보다 학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이 있어. 아이도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할 일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어. 남아서 마무리 짓고 가라니까 학원에 가야 한다고 집에서 해오겠다고 했어. 대소롭지 않게 그냥 보냈어. 


다음 날 출근길에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어. 전화 벨소리부터 날카로운 것이 뭔가 불안했지. 역시나 첫마디 부타 화가 났어. 아이가 요즘에 공부한다고 힘든 데 이런 걸 숙제로 냈냐면서 이게 공부가 맞냐고 소리를 질렀어. 화가 난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긴 어려운 일이었지. 


내가 공부한 데로 영어 단어를 외우는 방법 중 하나로 쓰면서 외우게 시켰어.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쓰면서 외우면 더 기억에 오래 남거든. 아이가 밤늦게 까지 했는지 아침에 생각나서 했지는 알 수 없었고 하여튼 화가 나셨어. 그러다 엄청난 이야기를 하셨어. 


“우리 애 아빠가 ㅇㅇ(타 지역) 교육감이랑 친한 데...” 

아니 여기서 왜 교육감님이 나오지. 

“선생님의 교육방식은 어쩌고저쩌고...”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그냥 화가 많이 나셨나 봐. 결국 내가 죄송하다며 다른 과제를 내겠다고 하니 알겠다며 전화를 끊으셨어. 교실에서 아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어. 나는 교사지 보살이 아니거든. 


뭐 별다른 일 없이 하루가 끝이 났어. 무덤덤했던 아침과는 달리 나도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했지. 교육관이 맞지 않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문제지만, 아침부터 다짜고짜 전화로 화를 내실 문제는 아니었다고 봐. 


결국 이번에는 내가 전화를 드렸어. “오전에는 감정이 너무 격하셔서 미쳐 이야기를 다 못 드렸어요.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라며 좋게 대화를 했어. 아이가 요즘 공부로 힘들어하는 데 아침부터 그러고 있으니 너무 속이 상해서 나한테 전화를 했데. 


엄마. 어디까지가 내 일일까. 선생님이니까 함부로 화낼 수 없고 선생님이니까 늘 참아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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