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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똘짱 Mar 27. 2022

어쩌다 코로나 나흘

이제 오한은 없다. 몸 구석구석을 훑으며 각종 감기의 증상을 다 보여주던 오미크론은 내 몸의 가장 약한 곳을 찾았다. 하긴 내가 바이러스라도 숙주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략할 것 같다. 열이 내린 대신에 기침과 흉통이 찾아왔다. 대충 증상을 이렇다. 숨을 크게 쉬거나 말을 하면 기관지에 바람이 느껴진다. 그 순간 가래를 긁어내고자 깊은 기침이 나오고 기관지가 찢어질 듯 아프다. 그렇게 기침을 하다 보면 그 충격은 목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그렇게 힘들게 기침을 멈추고자 심호흡을 하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내장이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소소한 일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멀찍이 뒀다. 누워서 책을 읽었다. 지겨우면 화장대에 앉아 글을 쓰거나(지금처럼) 간단한 운동을 했다.  베란다에 앉아서 나무도 다듬었다. 가족이 늘 때마다 하나씩 장만했다. 기념이 되고 더 관심 가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자칫 병이라도 들면 더 속상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동안 바빠서 잘 못 돌봐줬는데 나름 잘 자라고 있었다. 새순을 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단, 무리하지 않도록 졸리면 바로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정신이 좀 들 때면 밀렸던 원격 연수도 들었다.  

쉬지 뭘 자꾸 하냐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차라리 그냥 누워서 뒹굴뒹굴 푹 쉬는 게 빨리 나으려나 싶기도 하다. 나도 참 아이러니하다. 오랜만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오롯이 누리지도 못하는 내가 미련해 보이기까지도 하다. 그냥 누워있는다고 해서 마냥 편하지 않았다. 분명히 격리가 되기 전에는 내 시간이 없다고 더도 덜도 말고 딱 세 시간만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던 나다. 몸이 아프긴 하지만 무려 일주일이란 시간이 생겼는데 누리지 못하는 건 내가 봐도 정말 웃기다.   

내친김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남자가 셋이나 사는 집이라 화장실 관리가 쉽지 않다. 종종 샤워하는 김에 청소를 하곤 했지만 아이들이랑 같이 씻으면 어려운 점도 있다. 씻기는 게 끝이 아니라 닦이고 로션 발라주고 머리 말려주고 옷 입혀주다 보면 그럴 여유는 없다. 막힌 코도 뚫을 겸 뜨거운 물을 틀고서는 구석구석 닦았다. 유통기한 지난 치약을 여기저기 짜고 바닥도 솔로 꼼꼼히 닦았다. 화장실에서 좋은 향이 나기 시작했다. 내게 청소란 마음의 정리의 신성한 의식같이 느껴진다. 무엇인가 답답할 때 청소를 한다. 마치 마음을 정리하는 듯.

기분이 좋아지니 몸이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4일 정도 지나면 회복세로 돌아간다더니 사실인 것 같다. 누가 오미감기라고 했는가 코로나는 역시나 코로나다. 그래도 코로나 초기의 중증 환자들, 지금도 어디선가 치료를 받고 있을 입원환자들을 생각하면 감사히 여겨야겠다. 전파 가능성만 없다면 일상생활을 해도 될 것 같다. 완치는 아니더라도 평소에 감기에 걸린 정도의 상태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코로나 한번 걸렸다고 엄청 유세 떨고 있다. 5명 중에 1명은 걸리는 요즘 코로나에 걸린 건 주변인에게도 그리 큰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별거 아니다. 

아이들이 문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첫째가 대성통곡을 하고 둘째도 이에 질세라 더 크게 운다. 첫째의 애착 인형을 둘째가 더럽힌 모양이다. 형이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저러는 건 같이 놀고 싶다는 의미임을 알면서도 굳이 형이 싫어하는 것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평소 같으면 중재에 나섰을 아내도 잠잠하다. 지쳤다는 표시다. 요 며칠 직장 일에 가정일에 육아에 모든 것을 혼자 도맡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엄마 품에서 진정을 찾은 첫째와 아직 마음이 가라앉지 못하고 서럽게 우는 둘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늘따라 방문은 너무 두꺼웠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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