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해도 술은 못참지
(4) 주5회 글쓰기 프로젝트
1. 오랜만에 만난 선배의 몸이 가벼워보였다. 평소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 그가 오늘은 한 쪽에 토트백을 걸치고 왔는데도 말이다.
2. 한달 전부터 다이어트 중이라는 선배는 7kg나 줄었다고 했다. 내가 아는 이 사람은 움직이는데 관심이 없는데?
3. 노하우를 물어보니 한층 갸름해진 턱으로 배를 가리키며 아침마다 (본인이 직접) 주사를 놓는다고 했다.
4. 삭센다. 이름부터 강렬한 이 약은 당뇨 치료제로 등장했지만 비만치료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5. 약을 복용하면 GLP-1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하는데 음식을 먹을때 장에서 나오는 이 물질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5. 잘모르지만 결론은 매일 아침 배에 주사만 맞으면 배고픔이 사라진다는 것.
6. 장소가 보쌈집인 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의지가 확고한 그는 하루에 한끼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다.
7. 30분이 지나도록 깨끗한 앞접시가 설득력을 더했다. 단백질은 괜찮다며 고기를 한점 먹었지만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니 음식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듯 했다.
8. 식어버린 보쌈을 뒤로하고 서둘러 2차로 옮겼다.
어찌됐든 배고픈 사람은 없었기에 호프집으로 향했다.
9. 누군가를 저녁을 먹고 있을 시간에 2차를 시작한 우리 테이블은 안주 먹을 시간에 건배를 남발하던 선배 덕분에 평소보다 빠르게 달렸다.
10. 타이밍을 보고 집에 가려 했지만 맥주 한잔만 더 하고 가자는 그의 제안에, 여름이었으면 해가 떠있었을 시간에 3차, 전 집으로 향했다.
11. 삭센다는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일부 복통, 구토, 설사 등 소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 알콜 의존증을 추가해야할 거 같다.
12. 선배는 혼술이 늘었다고 했다. 다이어트엔 성공했지만 먹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는 공허함을 소주로 채우는 게 아닐까.
13. 선배는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혼자서 소주 반병을 비웠다. 이쯤되니 초점이 흐려보였다. 술 덕분에 '배고픔을 까먹는 기분'을 잊었는지 이제야 사람답게 먹었다.
14. 선배가 다이어터로 돌아오기 전에 나는 남은 전들을 포장해 그의 손에 지어줬다. 내일 아침에도 잊지않고 주사를 맞아야한다는 선배는 거부하지 않았다.
15. 삭센다와 소주의 이해할 수 없는 조합. 선배의 요요없는 다이어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