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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그립습니다]

부부의 일상

by 와이프 관찰자

1. 와이프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불렛저널이라는 특이한 일기를 적기 시작하더니, 기록에 재미를 느꼈는지 아예 블로거가 됐다.


2. 내용은 한 줄인데 꾸미는 시간이 더 많던 아날로그 다이어리 대신 디지털로 옮겨서 다행이다.


3. 한달 간 열심히 올리더니 어느새 매일 100명은 들어올 정도로 소기의 성과를 냈다.


4. 한 단계 올라간 지위 덕분에 체험단 활동이 가능해진 그녀는 나에게 매니저 역할을 부여했다.


5. 매니저 업무는

1) 체험단 일정 관리

2) 콘텐츠 아이디어 도출

3) 내용 검수


보상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권리


6. 식당에 도착하면 다른 손님들이 없는 게 편하다. 근처에 손님이 있으면 괜히 눈치를 보며 몰래 접선하듯 조용히 신분을 밝힌다.


7. 사장님 또는 매니저 정도로 보이는 분들이 오시는데 추천 메뉴와 필수 키워드를 강조하고 자리를 떠난다.


8. 지금까지 7번의 활동을 해본 결과 블로그로 ‘식비를 더 아낄 수 있지 않을까’는 가설은 들어 맞지 않았다.


9. 업무 특성상 미팅(외식)이 많아 웬만하면 집밥을 해먹으려고 하는데 와이프가 블로그를 시작한 뒤로 (나의)요리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10. 오히려 나가는 돈이 많다. 매번 지원금 이상의 식사를 하고 외식 빈도가 많아지니 생활비가 금방 메마른다.

11. 음식 맛은… 앞으로 식당을 찾을 때 블로그는 믿지 않겠다.


12. 오늘도 전날의 숙취를 이끌고 역삼역에서 조금 떨어진 에스프레소바를 체험하고 이 글을 쓴다.


13. 와이프는 곧바로 숙제를 하고 있다. 체험단 활동을 줄여야한다는 말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식당 홍보에 힘을 쏟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조용히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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