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디자인 세계에 늦게 발들였던 나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가 걸어온 길을 잘 정리해서 나 같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고, 작년에 올렸던 글에 이어서 2편을 써내려 본다.
- 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1편 보러 가기 -
https://brunch.co.kr/@okay1028/5
1편에서는 내가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행동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글들로 채워놨는데,
이번 글에는 내가 올릴 글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책 이름: 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을 알게 되어 이 책을 기반으로 더욱 큰 틀에서 글을 써보기로 한다. (책 이름이 내가 쓴 글과 똑같다ㅎㅎ 비전공자들은 다들 '살아남기'의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던 것인가...!)
*책 내용의 20% 이하를 인용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너는 왜 늦은 나이에 갑자기 디자이너를 하겠다는 거야?"
내가 종합병원 인사팀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더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이 질문에 나는 2가지로 대답했다.
1. 길게: 나는 중학생 때부터 장미가족의 태그교실이라는 다음 카페에서 포토샵 7.0.1로 포토샵 스킬을 배우며 포토샵과 그림판으로 손글씨를 제작했고~ 너무 재미있었고, 미술 과목은 항상 만점이었으며 손으로 하는 건 다 잘했다~~~ 등등등..............
2. 짧게: 내가 디자인할 때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을지도 모른다. 재밌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내 전공(경영계열)을 다 갖다 버리고 28살부터 웹디자이너 준비를 했다.
일단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분명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사랑하지 않고는 이 일을 업으로 삼기가 꽤나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가 27살의 나에게 갈 수 있다면,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너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잘할 거야"
"너는 툴 배우는 속도가 빠르니까 잘할 거야"
이런 이야기들로 디자인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면, 어쩌면 취업 후 많은 고민들로 혹독하게 괴로울지도 모른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 오버 더 레코트 디자인 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 예쁜 디자인? 멋있는 거?, 아닙니다. 여러분이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디자인이 가장 좋습니다."
디자인은 "설계하다, 고안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스기능사 자격증 필기 내용 중 [디자인의 조건] 파트 중 일부를 보면 아래와 같이 기록돼 있다.
1. 디자인의 합목적성
디자인의 목적 자체가 합리적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그 목적, 즉 실용성과 요구되는 기능성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1. 인간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2. 의자는 인체공학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기능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목적에 합치되어야 한다
3. 찻잔은 차를 담고 그것을 마시기 위한 필요성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주어야 한다.
4. 포스터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충주시 홍보 담당자의 이벤트 배너다.
흔히 디자이너들이라면 알고 있는 보노보노 PPT처럼 보여서 불편하신가요?
충주시의 이러한 이미지 톤 앤 매너에는 최신 밈 + B급 감성 + 재미요소가 결합되어 참신함을 만들고 그것이 오히려 엄청난 홍보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디자인에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잘 보여야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적절한 기획 또한 중요하다.
충주시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활용했다고 바로 우리 회사도 따라 한다면 우리도 먹힐까?
밈이나 트렌드 또한 상황과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혼자 일할 경우는 거의 없다.
기획팀, 마케팅팀, 클라이언트, 외주/발주 업체와 일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신입 시절 광고대행사에서 일했을 당시를 살펴보면,
기획자 > 디자이너에게 기획서 토스 > 디자이너와 기획자 사이 조율 > 디자인 작업 > 디자인 완료 후 기획자에게 토스 > 기획단의 디자인 수정 요청 > 디자이너의 디자인 수정 반영 > 기획자의 클라이언트 컨펌 요청 > 클라이언트 수정 요청 > 디자이너 수정 반영....
이렇게 한 프로젝트에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메신저/직접 대화를 주고받으며 일을 해야 한다.
나도 사람인데 기획자와 불편한 일이 없었을까?
내가 만든 작업물이 내 새끼라면, 기획자에게도 기획서는 자기 새끼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더군다나 나는 신입시절 피드백이라는 것을 건강하게 주고받을 줄 몰랐다.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이 전해주는 피드백과 비난을 구분할 줄 알고,
피드백을 양분 삼아 성장해야 하는데 신입 때는 이런 것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 취업 분야에도 정말 여러 가지 갈래가 있다.
웹디자인/UIUX, 프로덕트 디자인, 산업 디자인, 편집 디자인, 모션 그래픽 디자인, 콘텐츠 디자인, 영상 디자인, 실내 디자인 등등..
이중 내가 속한 직군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다루는 tool들을 톺아보면,
피그마
스케치
프레이머
어도비 XD
제플린
프로토파이
애프터이펙트
포토샵
일러스트
.
.
.
회사마다 사용하는 툴이 다르기 때문에 저것들을 전부 사용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디자이너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툴 개수도 다르고, 갖춰야 할 스킬도 다르다.
영상 디자인 계열의 경우 영상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제작에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타 디자인 계열에 비해 다소 워라밸이 없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모르고 그저 나는 영상 편집이 너무 재밌고 좋아!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일도 일로 했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직업을 정하기 전에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평생 직업을 고르는 게 아닌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직업'을 고르는 것이다.
나는 광고대행사에 재직하던 시절, 2-3일의 시간 안에 몇 만 픽셀의 긴 상세페이지를 제작해야 했다. 일반 상세페이지가 아닌 특정 플랫폼에 올라가는 상세페이지였기 때문에 그 길이가 몇 배는 길었다.
또한 주어진 시간 내에 상페세이지에 포함되는 2-3초의 짧은 GIF도 만들어야 했다.
나는 원래 어떤 일을 하든 적응하고 나면 손이 굉장히 빠른 편이었다. 방학 때 공장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었는데, 그때마다 손이 너무 빨라서 나에게 일이 더 몰렸다. (..... 굉장히 슬픈)
이러한 점은 디자인할 때에도 적용되어서, 내 빠른 손은 기한 내에 못해낸 적이 없었다. 재직하면서 야근도 딱 1-2번밖에 안 해봤던 것 같다. 나 스스로가 근무 시간 내에 일을 못 마치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고(시간 내에 못할 것 같으면 점심시간에도 계속 일했다.), 야근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스스로 최대한 조절하며 일했다.
상세페이지 제작을 위해서 필요했던 스킬은 아래와 같다.
- 사진 보정: 인물 보정(피부, 몸매, 성형과 같은 보정), 색감 보정, 사진 합성 등
- 그래픽 제작: 아이콘, 오브젝트, 로고
- 콘텐츠 제작: 포스터, 광고 배너, 띠배너, 짧은 영상 편집
- 편집 디자인: 책자, 리플릿, 회사소개서 등
지금 보니까 진짜 별 것 다했네..^^
어떨 때는 솔직히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몰아쳐서 힘든 때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상페세이지 디자인할 때 너무 재미있었다. 엄마랑 통화하면 자주 했던 말이, "엄마, 나 일이 너무 재미있어!!! 일이 진짜 많은데, 일이 재미있어서 견딜 수 있어!"였다. 엄마도 뒤늦게라도 적성 찾아 이직해서 참 다행이라고 하셨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몰아치는 대행사에 다녀서 좋았던 점은,
회사는 이윤 창출을 위해 어떻게든 일거리를 가져오기 때문에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정말 크나큰 자산으로 다가왔다.
이런 자산으로 나도 언젠가 독립해서 프리랜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더 좋은 이직처를 찾아 이직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당탕탕 정신없는 업무 속에서도 일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 보람을 느끼나요?
짝짝짝 당신은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
이번에 읽은 책에서 가장 좋은 문장이었다.
우리는 비전공자지만, BE전공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비전공자인 우리가 디자인 공부를 하는 목적은 '전공자'가 되기 위함이다. 디자인 전공자들은 기초 디자인부터 탄탄하게 공부해 왔고, 그들이 공부했던 것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비전공자들이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때 간과하는 것 또한 '기초'이다. 기초 디자인을 실제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은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대학 1-2학년 과정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스스로 책으로든 온라인 정보로든 공부해 볼 것을 추천한다.
나는 1편에서도 책을 많이 추천했는데,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기승전결이 완벽하고 글의 두서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정리된 글들은 읽고 나서 머릿속에 흩어져있던 여러 정보들을 모아주고 잡아주어 공부 효율이 더 올라간다.
트렌드의 경우,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접해볼 수 있다.
온라인에 아주 많은 랜선 사수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몇 가지 들면, 이런 것들을 활용해 볼 수 있다.
1. 인스타그램에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팔로워 하는 방법
2. 브런치, 서핏, 미디엄 등 여러 가지 아티클 읽고 분석하기
3. 오픈카카오톡에서 디자인 커뮤니티 가입
4. 웹사이트, 카페 등
신입 시절에 레퍼런스가 없으면 디자인을 못하는 나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자괴감이 들던 때도 있었는데, 이런 말이 있다.
"앙드레 말로가 <침묵의 소리>에서 주장했듯 '예술은 형식으로 다른 형식을 정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저런 형식을 '재량'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작업이 예술인 셈이다.(7쪽)"
피카소 또한 본인만의 스타일을 가지기 전엔 충실하게 모방 작업을 거쳐왔다.
하물며 피카소도 이런데 기초조차 없는 내가 어떻게 바로 남들이 공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1. 레퍼런스를 찾기 전, 디자인할 주제/스타일/기획 등을 먼저 정리하자
2. 1번 이후 레퍼런스를 찾으면 찾은 레퍼런스를 분석해 보자
3. 왜 그런 레퍼런스로 그런 무드보드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4. 레퍼런스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언제든 꺼내보기 쉬운 자산으로 만들어라
물경력이라는 고민, 이 부분은 꼭 디자이너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수 있겠다.
나도 먹고사는 문제 관련하여 정말 수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물경력이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 때에는 당장 이직해야 하나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하나..
참 마음속 이 고민으로 힘든 나날들을 보냈었다.
먼저 개인적인 성장을 살펴보자.
내가 하는 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지, 전문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즉, 신입 > 주니어 > 전문가로 넘어갈 수 있는 업무 성장의 궤도를 그려봐야 한다.
회사 내에서 팀장이 하는 일과 신입 사원이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없으면 추후 성장은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작정 당장 힘들다고 퇴사하는 것은 망망대해에 나침반도 뭣도 아무것도 없이 갇힌 것과 같다.
내가 갖고 있는 예산과 버틸 수 있는 기간, 주어진 기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준비물과 그 준비물로 떠날 수 있는 다음 목적지가 어디인지까지 계획할 것을 추천한다.
나오더라도 퇴사하고 집에 있게 되면 계획을 이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태라는 악마는 내 귓가에 "조금만 더 자..."라며 속삭이고,
"오늘 하루만 쉴까?",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이 정도는 쉬어도 되지!"라며
뻔한 핑계들을 여기저기 늘어놓게 될 수 있다.
또한 입사 시 연봉협상은 재직 중일 때나 수월한 것이다. 이미 퇴사해 버린 나는 을이 되고, 나를 채용할 회사가 갑이 되기 쉽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건강을 다 망쳐버릴 때까지 버티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이 모든 것들도 결국 나라는 존재 자체가 건강하게 온전히 버틸 수 있을 때에나 적용되는 말이다.
너무 아픈 우울이라는 감기도 결국 나 자신이 나를 돌보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이번 글은 디자인 입문자의 입장에서 써보았다.
직접 실무를 뛰기 전에는 다가올 앞날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궁금한 것이 너무 많고 물어볼 사람은 없으니 답답하기도 할 텐데
그런 분들에게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온라인에 넘쳐나는 글들도 아주 좋은 양분이 되겠지만,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을 때에는 서점에 직접 가서
내가 궁금한 분야의 카테고리 쪽의 책들을 펼쳐보며 읽어보고 공부하기를 추천한다.
*이번 글은 <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라는 책을 읽고 난 뒤 작성되었습니다.
보라색으로 색칠된 문장은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책 안에는 포트폴리오 제작 시 유의할 점이나, 디자인 실무에서 써먹으면 좋을 소소한 꿀팁들이 많습니다.
신입들이 초반에 잘하지 못하는 사소한 부분들부터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이 책은 신입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서적 정보]
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 디자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장 지침서
저자 이응삼이
출판 길벗
발행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