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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Aug 17. 2023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더니 이런 딱지가 붙어 있네요.



당신은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인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네요.


실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도 바빴지만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을 맡으면서 말도 못 하게 더 바빠졌습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각종 학회 위원회 업무가 산더미인 데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탓에  학회 강의를 다섯 개나 떠맡아 버렸습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만 모인 학회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아서 한 번 강의를 하려면 자료 준비에서 강의 ppt 제작과 (영어) 연습까지 넉넉잡아 한 달은 걸리는데 앞으로 두 달여간 다섯 개의 강의가 연이어 있으니 이걸 어찌해야 할까요. 일도 능력껏 맡아야 하는데 슬슬 수습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도 있지만 정신적인 여유의 부족이 더 큰 것 같아요. 피로가 계속 쌓이다 보니 뭐라도 써볼까 하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쉬어야 내일 또 일을 한다고 뇌가 아우성을 치는데, 도저히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당분간 브런치 활동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입니다.


실은 지난번 책을 출간할 때 출판사 대표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작가님 글은 참 담백하고 솔직해서 좋아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까요. 글 쓰는 능력이 없다고 한탄하셨던데, 제가 볼 때는 충분히 타고나셨어요. 글 계속해서 써 보세요. 그러다 보면 좋은 글들이 쌓여서 다음 책을 낼 기회가 또 생길 거예요. 제 경험상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더 쉽거든요.'

그러겠노라고 말은 했는데, 저는 어째 갈수록 어려워지네요.


주변에서 자꾸 물어봅니다.

"교수님, 2편은 언제 나와요?"

그러면 저는 농담처럼 대답합니다.

"이번 책 쓰는 데 10년 걸렸으니 10년 후에나요?"


그런데 지금 같아서는 30년이 지나도 안될 것 같습니다...



... 그래도 또 모르죠.

갑자기 필 받아서 없는 시간 억지로 짜내서 글 쓰고 그럴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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