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대장항문학회 학술대회 참석차 대전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는 전례 없이 바빴던 학회였다. 강의 두 개, 구연발표 두 개, 포스터발표 세 개를 해치웠고 편집위원회 워크숍에 멘토로 참석했고 데이터등록위원회 워크숍에도 갔었고... 너무너무 피곤했는데 갈라 디너에 초대가수로 오신 박완규님이 노래를 너무 잘해서 방방 뛰며 소리 지르느라 남은 체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 덤으로 학회지 best reviewer 상과 우수구연상까지 받았으니 여러모로 알찬 학회였다.
학술대회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세션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나는 유일하게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외과 의사의 글쓰기'라는 세션에서 글쓰기 관련 강의를 했다. 사실 내가 이런 강의를 할 정도로 대단한 작가도 아니고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수필가 남호탁 선생님도 오신다는 말에 설레는 마음으로 덜컥 수락을 해 버렸다. 책 들고 가서 사인 받아야지... 하고 뒤늦게 생각해 보니 그건 굳이 내가 강의를 수락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어떻게 (어쩌다가) 책을 내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실은 책을 낸 이후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거였으니까. 한미/보령수필문학상 얘기도 하고, 브런치 얘기도 좀 하고. 내가 브런치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한언철 선생님 얘기도 좀 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세션이다 보니 잡담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았는데 15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학회 때는 매번 각 잡고 진지한 얘기만 했었는데 글쓰기 강의라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래저래 힘든 요즘이다. 페이스북에 전공의 파업 이후 힘들다는 얘기를 몇 번 썼는데 같은 얘기를 자꾸 쓰는 것도 쓰는 사람 읽는 사람 모두에게 피로를 유발하게 되는 것 같아 요새는 그마저도 안 하고 있다. 멍하니 상념에 잠기는 시간만 자꾸 늘어난다. 이미 사직서는 제출해 버렸는데 (그래봐야 수리되지도 않겠지만) 이 병원 나가면 어디 가서 뭐 하나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일이 손에 잡힐 턱이 없다. 그 와중에 학회 준비하느라 무지하게 힘들었는데 2박 3일 동안 그나마 에너지를 좀 얻어왔나 했더니 돌아오고 나니 도로아미타불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우리나라 의료 걱정할 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