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이라는 인증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네요.
실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도 바빴지만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을 맡으면서 말도 못 하게 더 바빠졌습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각종 학회 위원회 업무가 산더미인 데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탓에 학회 강의를 다섯 개나 떠맡아 버렸습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만 모인 학회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가 않아서 한 번 강의를 하려면 자료 준비에서 강의 ppt 제작과 (영어) 연습까지 넉넉잡아 한 달은 걸리는데 앞으로 두 달여간 다섯 개의 강의가 연이어 있으니 이걸 어찌해야 할까요. 일도 능력껏 맡아야 하는데 슬슬 수습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도 있지만 정신적인 여유의 부족이 더 큰 것 같아요. 피로가 계속 쌓이다 보니 뭐라도 써볼까 하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쉬어야 내일 또 일을 한다고 뇌가 아우성을 치는데, 도저히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당분간 브런치 활동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입니다.
실은 지난번 책을 출간할 때 출판사 대표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작가님 글은 참 담백하고 솔직해서 좋아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까요. 글 쓰는 능력이 없다고 한탄하셨던데, 제가 볼 때는 충분히 타고나셨어요. 글 계속해서 써 보세요. 그러다 보면 좋은 글들이 쌓여서 다음 책을 낼 기회가 또 생길 거예요. 제 경험상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더 쉽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