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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Oct 02. 2024

[수능 D-47] 흑백요리사를 보고

이번주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스몰토크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였어. 


원래 대결/경연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만든 양식을 별로 안 좋아하고, 

요리 프로그램도 별로 안 좋아해서 관심을 갖지 않던 프로그램인데, 


몇몇 후배들이 엄마 마음을 돌리게 했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포맷으로 진행해서 신선하고,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출연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는 거야.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화요일만 기다린다나? 


후배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니 또 얇은 귀가 팔랑였어. 

또 이런 것은 시리즈가 한참 할 때 같이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맛이 아니겠니 ㅎㅎ 

넷플릭스 같은 OTT는 중독성이 강해서, 구독 취소한 지 꽤 되었는데, 

결국 아이디/패스워드 찾기부터 다시 하는 귀찮음을 뚫고, 재구독을 하게 되었어. 


듣던 대로 너무 흥미로워서 정주행 해버렸고. 아직 회차는 남았지만 참 흥미진진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프로그램이었어. 


요리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임하는 분들이라 그 자체로도 모두 훌륭해 보였고, 

이미 명성을 얻은 십수 년 차에서 수십 년 차 셰프를 백수저, 아직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한 숨은 실력자들을 흑수저로 나누어 대결을 하는 포맷인데, 흑백 대결 첫 라운드에서는 눈을 가리고 오로지 맛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신선했어. 


이미 자신들의 요리에 정통이 난 사람들이니 떨어지고 올라가고가 큰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한 분야에서 명성을 이미 얻은 분들이 그런 경연에 용기 있게 나누어 경연을 펼치는 것도 매우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고, 확실히 경력으로 대변되는 짬이 있는 분들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더라고.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초조해하지 않고, 결과에도 초연한 모습을 보면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회차가 바뀌며 5~6명씩 팀으로 나뉘어 팀 경연을 하는데, 리더를 잘 정하고 리더가 역할 배분을 정확히 해주고, 거기에 잘 따른 팀들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데, 그렇지 않은 팀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이건 흑수저건, 백수저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거였어. 아무리 경험이 많은 셰프들이라도 의견 통일이 안된 채, 리더의 방향도 없이 시작한 팀은 매우 혼란스러워하더라고. 


젊은 셰프들의 패기 있는 자세들도 참 좋더라. 남의 시선이나 남이 하는 것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며, 묵묵히 자신의 컨셉대로 밀고 나가는 태도들도 좋고, 경력 있는 셰프와 맞서도 자신감 잃지 않고 당당한 태도가 인상적이었어. 


그런 자신감은 자존감이 높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수많은 연습과 실전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라 생각해.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여유. 


성인이 된다는 것은 이것을 배우는 과정 같아. 

길을 정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고, 좌절해 보고, 성공도 해보고, 또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되지만, 끝내는 그 고비를 뛰어 넘어 더 성숙해지는 과정. 


지금은 종일 방에서 수능 대비 문제만을 풀고 있겠지만, 

곧 네 앞에도 진짜 세상이 펼쳐질거야.  

그 세상에서 물러서지 말고,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분들처럼, 자신있게 나설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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