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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Oct 01. 2024

[수능 D-48] 수능 시 한 구절

수능 필적문구, 올 해는 뭐가 나올까?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 기억나지? 

엄마가 몇 년 전에 한참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너희들도 몇 번 같이 봤었잖아. 


그 때는 제목부터 인상적이었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긴 제목의 축약이었거든. 


지금은 시험에 나오는 것만 배우고 익혀,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학교에서, 학원에서, 유튜브에서, 인터넷에서 웅성웅성하겠지만, 


실상 우리를 사소하게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그렇게 쓸 데 있는 것들이 아니거든. 

그리고, 이런 사소한 취향을 찾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세상을 좀 더 폭넓고 풍요롭게 사는 것 같아. 


오늘은 엄마의 소소한 취미 중 하나인 시 읽기, 책 읽기의 일환으로 

종종 궁금해했었던 수능 필적 문구를 가져와봤어. 


매 년 본 것은 아니었고, 2022학년도 시험 칠 때인가, 

엄마가 좋아하는 이해인 수녀님의 '작은 노래'라는 시가 등장해서 찾아보게 되었거든. 


글씨 확인, 본인 확인을 위한 것이지만 전국의 수험생들이 한 줄 쓰고 시작하는 것이니 

좋은 글로 선정할 수밖에 없겠지?   

시험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아마 엄마는 올해 네 수능이 끝나면 찾아볼 것 같아. 


그동안 나왔던 글은 이렇대.  




2006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 빛 (정지용 '향수')

2007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정지용 '향수')

2008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윤동주 '소년’)

2009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윤동주 '별 혜는 밤')

2010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유안진'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정채봉'천마음')

2012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황동규'즐거운 편지')

2013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정한모 '가을에’)

2014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박정만 ‘작은 연가’)

2015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 (문태준 ‘돌의 배’) 

2016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 (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라')

2017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정지용 '향수)

2018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김영량 '바다로 가자')

2019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김남조 편지')

2020   너무 맑고 초롱한 그중 하나 별이여 (박두진 '별발에 누위')

2021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나태주 '들길을 걸으며')

2022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이해인 '작은 노래 2)

2023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한용운 '나의 꿈’)

2024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양광모 '가장 넓은 길')



수능 필적 문구 기준은 

 

사람마다 필적이 다른 ㄹ, ㅁ, ㅂ을 반드시 포함하고, 

서로 다른 자음 두 개를 결합하여 쓰는 합용병서도 한 개 이상 포함 (예: 넓은, 맑은, 밝은...) 해야 하고,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장으로 

12-19자 이내로 매 년 선정한다나 봐. 


재미있지 않니? ^^ 


오늘 엄마는 회사에서 자유 주제로 선정해 조금씩 준비해 뒀던 발표를 잘 마쳐서 기분이 너무 좋아. 

팀원 전체와 협력사까지 많은 분들 앞에서 발표했는데, 호응도 좋았고, 스스로도 뿌듯한 마음이었어. 

나이는 있지만 ^^ 아직 녹슬지는 않았구나. 

평소에 이렇게 쓸데없는 것들에 많이 관심을 가져서, 그런 것들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았어. 


쓸 데 없는 것들의 쓸모 (장자가 한 말씀!) 라니. 

모순적이지만 그럴 듯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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