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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Oct 01. 2024

[수능 D-49] 비에도 지지 않고

다른 나라 수능에 나왔던 시 한 편 감상해 볼래? 

요즘 엄마는 대체로 칼 퇴근을 하고 있고, 

외출을 많이 하지는 않으니 그동안 못 봤던 책을 많이 읽고 있어. 


오늘은 김연수 작가 책을 읽는데, 소설 안에서 나온 시가 인상적이어서 찾아보게 되었어. 


미야자와 겐지(1896~1933)라는 일본 시인인데, 동화작가이기도 하고, 37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후대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우리나라의 윤동주 시인과 비견되기도 한대. 


읽은 시가 좋아서 검색했는데, 일본 대학 입시에도 몇 번 등장했다고 해. 

우리나라에서는 윤동주 시인을 '평가원이 사랑한 작가'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함께 곁들여 설명하는 글이었어. 평가원이 10번이나 출제했다고. 


평가원이 출제한 것이 좋은 시인과 시를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니, 그와 비견된다는 미야자와 겐지도 일본에서는 그런 마음으로 대하는 걸까, 궁금해져. 


오늘 읽은 시는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시인데, 투병 중이던 1931년 11월 3일에 수첩으로 쓴 글이라, 

원래 제목이 없어서 '11월 3일'이라고 불렸었대. 


오늘 엄마의 마음에 와닿았던 시여서 함께 나누고 싶었어.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이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오랜만에 들어서 마음이 아련한, 

그런 따뜻하고 아린 시야. 엄마에게는. 

 

아들도 시험 끝나면 지친 마음 위로해 주는 좋은 작품들 접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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