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1] 독감주사를 맞으며

by 낯선여름

엄마 회사에서 오늘부터 독감주사 접종을 시작했어.

시월 말까지만 해주는데, 오늘이 그 첫날.


옆자리 초등 아이 엄마인 후배가 같이 가자고 재촉한다.

집에서 감기 제일 먼저 걸린 사람은 대역 죄인 되는 분위기여서 미리미리 맞아야 한다나.


엄마들은 아파도 안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존재들 같기도 해.

독감 주사도 가족을 위해 맞는다는 엄마들이 짠하면서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


독감 걸린 적이 딱 한 번밖에 없는 엄마로서는 꼭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고민이 조금 되었는데

후배 이야기에 묘하게 설득이 되어서 잠시 시간 내어 맞고 왔어.


그런데, 독감주사를 맞고 나니,

주사 맞은 팔이 뻐근하면서 컨디션이 상당히 떨어진다.


건강 관리 잘해서 수능 당일까지 감기 안 걸릴 수 있다면,

안 맞는 것도 괜찮은 선택 같다는 생각을 했어.


너는 수능 문제풀이에 노벨 문학상 소식도 엄마한테 말로 전해들은 게 전부겠지만,

여기저기서 한강 작가 소설이며, 옛날 인터뷰 기사를 많이 게재하고 있어.


작은 독립서점을 아들과 함께 하셨다는데, 수상하고 나서는 잠시 문을 닫으셨다네.

노벨문학상 타던 날 저녁도 아들과 차 한 잔 하면서 축하를 나눴다는데,

그런 기사를 읽으면, 약고 빠른 세상에서 조금 벗어나 느리고 깊고 웅숭하게 사는 분의 우직함에

두 손을 가지런히 하게 된다.


네가 수능을 마친 날, 또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도 담담하게 차 마시며 천천히 대화 하고 있다면 좋겠다.


독감은 걸리면 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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