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0] 아기 가졌다는 후배에게

엄마가 되는 것은 복일까 독일까

by 낯선여름

같은 팀에 30대 초반의 여자 후배가 있어. 똘똘하고 성품도 좋아서 더 잘 됐으면 하는 후배야.


이 친구가 지난달 연휴 기간 여행 다녀온 후로 몸이 안 좋다고 휴가를 몇 번 냈는데,

그 후에도 건강이 회복이 안 됐는지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거야.

한참 전에 잡은 점심 약속에도 빠진다고 연락이 오고,

조금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다 싶었어.


한 달을 마스크 쓰며 식사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혹시 이야기 못하고 있는 것이 있어?'하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때는 일 이야기로 그냥 넘어가서, 더 묻지는 않았는데,

오늘 잠깐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더니,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줬어.


일하는 여자들은 임신을 해도 언제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거든.

먼저 막 알리기도 뭣하고 숨기기도 뭣하고 하는 기간을 한참 보내는 것 같아.

혹시 아이가 어떻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시기를 보기도 하고,

부서 이동이나 진급이 걸려있을 때도 그렇고.


엄마도 두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니,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공감을 많이 해줄 수 있지.

초기에 입덧이 심해서 먹지도 못하고 냄새도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심한 편에 속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엄마가 되는 게, 아기가 나오기 전부터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돼.


엄마는 너를 처음 가졌다고 했을 때,

나중에는 너를 가장 예뻐하셨던 너의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축하한다면서도 한숨을 깊게 쉬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해. 엄마로서의 고단한 삶을 이제 시작하는구나, 싶어서 안쓰러우셨대.


엄마도 후배를 보니

지금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지. 아기가 나오면 또 얼마나 힘든 일들이 예비되어 있는지 눈에 그려졌어.

후배는 다들 아이 낳고 키우며 회사 다니고 해서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들 어떻게 그 과정을 겪으셨냐고 하더라.


엄마도 너희 낳고 다니며, 세상의 어머니들을 존경하게 되었어.

엄마가 되어 일하고 육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긴 인생에서 너희의 엄마로 살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아이를 여러 이유로 안 낳거나, 아이 없이 살기로 결심한 친구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아이를 가진 후배들에게는 늘 이야기해.

여성으로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된 일이라고.


너는 그런 엄마의 첫 아이였음을.

자랑으로 여기고, 그것만으로도 어깨 쫙 펴고 다녀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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