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음악제를 다녀와서
오늘 동생의 중학교 체육회 겸 음악 행사가 있어서, 반차 휴가 내고 잠시 다녀왔어.
네 동생이 음악 한마당 열몇 개 코너 참가를 위해 오디션 봐서 통과해서 공연을 하게 되었거든.
네가 졸업한 중학교 행사라서 더 애정이 가기도 하고.
너 중 2 때는 코로나가 한창이라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그때 생각하면 참 학생들이 안쓰럽다.
전교생이 천명이 넘으니 체육관을 대관해서 하는 큰 행사가 되었어.
네가 이제 수능을 며칠 안 남기고 있고, 졸업도 1월 초면 하니까, 졸업식 정도 갈 테고,
동생도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면 막상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기회가 몇 번이나 남았을까 싶어.
중학생들은 아직 학업 스트레스도 덜하고, 초등학생 때보다는 커서 자유롭고 발랄해 보였어.
처음에 네 동생이 싸이 노래한다고 해서, 엄마가 조금 말렸었거든.
그런 사람 많은 큰 무대에서는 춤을 해야 한다고.
친구들끼리 떠드느라 시끄러워서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고, 집중이 잘 안 되었던 엄마 학생 때 기억이 났거든.
노래나 악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공연을 해도, 집중이 잘 안 되었고, 댄스에는 늘 환호를 했거든.
그런데, 막상 가보니 열몇 개 공연 중 대부분이 걸그룹 K-pop 댄스였던 거야.
모두들 걸그룹 저리 가라 잘 하긴 하는데, 아무도 마이크는 사용 안 하고 배경 음악에 춤만 추는 것을 너댓개 보고 나니 다 그게 그거 같고 조금 지루해지는 거야.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네 동생과 그의 단짝 친구 K.
네 동생의 그 큰 목소리로 "여러분, 뛸 준비 됐나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는데,
친구들이 모두 "네"하면서 방방 뛰기 시작했어.
노래랑 랩도 발음 또렷하게 잘하고, 중간에 또 "1학년-2학년-3학년 뛰어" 라든지,
"2024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든지, 여러 멘트들을 섞어가면서,
즐겁게 관객 호응을 유도하니 집중도가 최고조로 끌어올려졌던 것 같아.
너도 함께 봤으면 무척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영상으로 찍어왔으니 수능 끝나고 천천히 보렴.
엄마는 저렇게 잘할 줄 모르고 공연 며칠 전까지도, 요즘 유행은 로제 x 브루노마스의 '아파트'인데, 그걸로 바꾸면 안 돼? 했었거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학생회 그룹이 여러 명 아파트를 한 데 이어, 마지막 코너로 선생님들도 아파트를 하셨어. 공연 파트에서 유일하게 겹치는 노래였지.
집에 와서 흥미로운 뉴스를 접했는데, 올해의 수능 금지곡은 '아파트'래.
매 년 재미 삼아 수능 금지곡을 사람들이 정하나 봐. 중독성 높아서 자꾸 듣고 부르느라 집중이 흩어지는 곡을 금지곡이라고 하나 봐.
가수들 입장에서는 저기에 올려지는 것이 은근히 기분 좋겠다, 그렇지?
수능으로 뭔가를 넣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우리나라는.
수능 시계, 수능 도시락, 수능 선물, 수능 금지곡까지.
너도 이어폰을 많이 끼고 있던데, 무슨 노래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궁금한데 묻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올해 들어.
일주일 더 참아볼게.
'수능 인내'라 안할 수 없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