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가 인생의 방향과 연결될 때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영어지문을 아이들과 읽다가 화가와 조각가 이외 그의 모습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명가와 과학자이기도 한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획기적인 발명가적인 마인드는 다양한 요리메뉴를 개발하려는 도전뿐 아니라 획기적인 도구를 만들려는 시도로도 이어졌다. 야채를 으깨는 도구, 스파게 테 면발을 뽑는 도구와 우물에 몰려드는 개구리를 쫓아내는 도구까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그의 천재적인 호기심과 실행력은 늘 그와 함께였다.
다빈치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시도는 많은 작품과 스토리를 전해 준다. 모나리자와 함께 다빈치의 걸작으로 남겨진 The last Supper(최후의 만찬)의 벽화에서는 그의 고심이 우리의 상상 너머에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시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 그림을 의뢰받고 만찬의 메뉴로 무엇을 선정할지 1년 정도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보고 연구했다고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만찬 그림을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고 했던 그의 열망과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조각가로서의 그는 신체의 다양한 근육과 골격을 표현하기 위해 해부학을 직접 공부하고 해부에도 많이 참여했다. 이후 그가 조각가로서 표현할 때 그는 대리석에 표현 대상을 조각하는 것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대리석으로부터 꺼낸다는 느낌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그의 천재성과 열정에는 시대과 공간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호기심이 있었고 그것이 그의 노력과 시도로 우리에게 뛰어난 작품을 전해주고 있다.
삶 속에서 무엇가에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노력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것이 돈키호테식의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며 끊임없이 창조를 위해 시도하고 연구해야 한다. 다빈치의 엄청난 메모에는 얼마나 그가 많은 것을 생각하고 기획하는 과정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그 많은 것들이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이뤄졌기에 그의 상상이 현실의 작품으로 드러났다.
요즘 일상에서 나의 화두는 다이어리 쓰기이다.
나는 나의 일상을 기록하며 일상의 목록들을 점검하는데 주로 다이어리를 사용했었다. 한 달이 그려진 날짜들 안에 기억해야 할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의 기한을 표시해 두고 매일의 한 일들을 적어 내려가곤 했었다. 그렇게 한동안 쓰다가 이미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 번거로워 중단하기를 여러 번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먼저 나라는 사람의 주체적인 삶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원하는 삶의 모습에서 떠오르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진정으로 내 삶의 버켓리스트에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커다란 목적지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가 나의 다이어리 안으로 들어간다.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는 한 달, 주간, 그리고 매일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전에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상상해 보고 미리 적어 봄으로써 미래의 일을 현실로 좀 더 가깝게 당겨온다.
오늘 하루 일과를 적어 볼 때도 그 당시 나의 생각과 감정이 어땠는지를 적어 봄으로써 좀 더 나 자신과 밀착화된다. 이는 나를 잘 인식하고 알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내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면서 자신이라고 믿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 열심히에는 자신에 대한 것뿐 아니라 상대를 위한 열심히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성실히 살아온 사람들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낸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 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삶에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방향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인지를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하는 일들이 그것과 어떤 연관이 있고 무엇을 하는지를 계속적으로 관찰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렇게 거대한 삶의 지도가 세부적으로 표현되는 곳이 다이어리이다.
다빈치의 방대한 메모가 그의 작품과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삶이 원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메모가 필요하다. 머릿속에 있는 여러 생각들을 뽑아 정리하며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어떻게 배치되고 배열되어야 할지도 구상해야 하는 것이 메모이다.
그 시작이 다이어리이다.
쭉 이어진 시간이 어쩌면 하나의 선상에 있지 않음은 오늘의 하는 작은 일들이 나의 인생에 엄청난 파문을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하나로 모아주는 돋보기와 같은 역할이 다이어리이다.
목적과 목표 그리고 방향성과 과정으로 어떤 결과물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구상메모를 통해 좀 더 촘촘한 네트를 짜 볼 생각이다. 내 삶의 목표와 목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작은 줄기를 일상과 연관 지어 잘 구상하고 실행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