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신 Sep 26. 2024

동네 이야기

나의 동네가 아닌 우리 동네인 이유



누군가에게 자기를 소개한다면 먼저 무엇부터 이야기할까

자신의 이름과 직업 이외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살고 있는 곳일 것이다. 그 지역적인 면이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지명일지 몰라도 살고 있는 이에게는 정서적으로 많이 친근한 곳일 것이다.

언젠가 수원에 살고 있다는 이와 수원갈비와 수원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덧 그녀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정서를 전해 받게 되었다. 어둑해질 무렵의 수원성 산책코스와 구시가지의 아기자기한 동네 이야기, 그리고 좋아하는 카페까지 언급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가 더 느껴졌다.


그녀와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전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동네의 장점, 자연환경, 나의 동네와 연관된 특별한 경험 그리고 맛집까지 일주일간 생각하고 기록한 것은 고스란히 나의 마음이 들어 있었다. 이 만큼의 애정과 마음이 연결된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깨닫게 된 기간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쭉 펼쳐진다.


 집을 나서서 조금 걷다 보면 여기저기 카페와 맛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신선한 빵내음이 나의 후각과 시각을 자극해 오늘 간식의 메뉴를 정해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지 않게 눈과 코를 기쁘게 하다 보면 어느덧 산책 코스에 도달하게 된다

강을 따라 쭉 이어진 길은 또 다른 꽃길과 함께 나의 발걸음을 이끌어 간다.

이렇게 걷는 길은 7km 정도가 된다. 그 길을 걷는 것이 나만큼 좋은지 우리 집 강아지도 그 작은 몸으로도 흔쾌히 해낸다. 산책하는 이들과 조깅하는 이들 속에 때론 출근하는 이들을 보면서 산책하는 우리 동네 코스를 난 정말 사랑한다.


 아직도 햇빛은 따가운 9월이다

살살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다 하늘을 보니 제자리에 박힌 못자국처럼 하얀 구름은 꼼짝 안 하고 있다.  그 하얗고 깨끗함은 그 파란 하늘의 청량함에 더 빛나는 것 같다.

나무와 하늘을 보며 걷게 되는 우리 동네는 도심 빌딩 속 각양각색의 간판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도 같이 음미할 수 있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호수공원이다.

산책로 중심지에 있는 호수는 그 주변을 걷는 이들은 누구나 흐르는 물결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 호수의 청량함이 멋있어 가까이 가보면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는 물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헤엄치는 고기들과 물 위에 떠 있는 새들도 보게 된다.

늘 한결같아 보이는 이 호수가 그 깨끗한 자연의 모습을 가지기 위해 흐르고 정화되는 과정을 여러 다른 창조물과 함께 함이 느껴진다.

삶도 그렇게 느껴진다.

늘 조화롭게 움직이며 새로워져야 그 깨끗함을 유지한다. 흐르지 않고 멈춰 있으면 썩게 된다.

우리 동네의 자연환경이 도심의 복잡함과 잘 어우러져 있기에 문명의 혜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기게 된다


 어느 휴일 저녁 이 호수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어둑해지는 저녁에 계단 군데군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에 밝고 굵직한 색소폰 소리가 얹어졌다.

쭉 펼쳐진 호수를 뒤로하고 열린 무대 위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중년의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수수한 옷차림에 단출한 연주 장비지만 그가 집중해서 부는 색소폰 소리가 밤하늘의 공기를 맑게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  버스킹하는 젊은이들의 노랫소리보다 이 분의 청하 한 소리가 더 끌렸다. 그에게선 알 수 없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물러 주인공인 그와 더불어 그의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하는 것을 마음에 묻어두지 않고 도전하는 그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닮아 있음이 느껴졌다. 이렇게 스쳐가듯 만나지만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다른 듯 비숫한 이들이 함께 살고 있다. 각자의 삶에 모습이 모두 같지는 않지만 그 삶의 쉼표와 박자가 때론 묘하게 닮은 이들을 보게 된다. 이곳의 환경과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 같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내가 사는 곳을 나의 동네가 아닌 우리 동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