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r Kwak Feb 16. 2024

2024년 02월 08일. 덕대디로 새롭게 태어나다

불혹의 초보아빠. 우당탕탕 독일에서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다. 

2024년 02월 08일. 예정일을 3일 앞둔 오전 09시 45분. 2.67kg의 우리 용용이가 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다. 3시간의 진통을 무사히 견뎌준 와이프에게 말로 형연할 수 없는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분만실에서 우리 아기의 첫 울음소리를 들으며 뭉클해진 가슴과 비장해진 마음을 다잡아 본다. 판에 박힌 소리일지 모르지만, 아빠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아빠이자 남편이 되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출산 이후 뱃속에 피가 꽤나 뭉쳐서 모여 있던 와이프는 피를 빼내는 후처치를 받고 몸의 피를 많이 빼내었기에 집중치료실에서 하루를 묵은 후,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2인 1실이었지만 다른 산모가 없어 1인실처럼 지내게 되었고, 3일 차 마지막날은 가족실처럼 빈자리에 침대를 하나 더 놓을 수 있냐고 물어서 추가 요금을 내고 세 가족이 함께 첫 밤을 보내게 되었다. 혼자서 보내는 이틀 동안 수유도 원활히 되지 않고, 잠투정에 밤새 칭얼거리는 진이 덕분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와이프의 이야기를 이미 들었던 터라 긴장을 했지만, 첫날이라서 그런지 2시간 만을 자고도 다음날까지 거뜬했다. 그렇게 철분검사와 피를 많이 흘린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결과를 받고 3박 4일의 병원 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후조리원이 있는 한국의 문화와 달리 산후조리원이 없는 독일은 자연분만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3일, 제왕절개는 4~5일의 입원기간을 거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4일 만에 돌아온 집에서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독일살이 8년 만에 처음으로 냄비를 올려놓고 정리하느라 까맣게 잊어버려 냄비를 다 태워서 온 집에 탄내를 남기질 않나, 열쇠를 집에 두고 나가서 멀리서 집주인을 불러서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을 하질 않나 아주 제대로 우당탕탕 제정신이 아닌 이틀이었다.



원활하지 못했던 모유수유도 조금은 적응이 되고,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쌓여 정말이지 하루 1시간밖에 자지 못하던 사나흘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3시간, 4시간씩 새벽에 통잠을 자면서 나도 3시간씩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을 하며 생각보다 수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한국에서 독일어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 다른 일정으로 독일에 방문을 하셨다가 출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주셔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이건 뭐, 초보아빠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였던 것이다.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룻밤을 주무시게 하고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선생님께서 미역국도, 반찬도 만들어주시고 이것저것 아기와 관련된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독일 각지에 있는 제자들에게 연락을 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육아 정보들을 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까지 해주고 가셨다. 때론 친정엄마처럼, 장모님처럼, 그리고 때로는 본가 어머니처럼, 시어머니처럼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고 잔소리를 하고 떠나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에서 감사함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렸다.


이렇게 우리 진이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세상에 나와 견뎌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아빠와 엄마 때문에 힘들일이 많을 우리 진이. 한국도 아닌 독일이라는 외국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아빠와 함께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기를. 조금씩 성장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언제나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아빠의 우당탕탕 독일 리얼 육아스토리. 시작해 봅니다.




� 찌니_Zzini 유튜브 영상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찌니의 인생 첫 사진촬영 #용띠아가 #뉴본촬영 #신생아 (youtube.c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