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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r Kwak May 30. 2024

육아 12주차, 인생 첫 주사맞은 찌니. 매운맛이다임마

이게 바로 세상의 매운맛이야. 조금씩 경험해 보렴

어느덧 육아 12주 차에 접어들어 다리힘도 부쩍 세지고 터미타임을 하면 제법 목도 가누기 시작한 우리의 찌니. 하지만 미처 몰랐을 겁니다. 이주의 마지막에 무엇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말이죠. 바로 첫 번째 접종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나름 긴장을 했는데요, 접종열에 대한 대비 때문이었죠. 열이 오를 것이다, 칭얼댈 것이다, 수유를 거부할 것이다 등등 많은 정보도 찾아보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마음을 다잡았죠. 다행히도 접종은 금요일이었습니다. 접종 예약시간이 오전 11시. 출근을 하고 중간에 나와서 함께 다녀오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홈오피스로 근무를 돌렸습니다. 어차피 금요일은 6시간만 일하는 날이기에 부담도 적었죠. 새벽같이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서 정해진 할당량이라는 기준은 없지만 진도를 열심히 빼놓았습니다. 아가는 생각보다 일찍 깨어났고, 접종 전에도 접종 후에도 할 일은 왜 이렇게도 많은 건지 할당량을 다 못 채워서 주말에 조금 더 일을 해야 했음을 말하지 않아도 뭐 예상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자 이제 접종을 맞으러 가보겠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Kinderarzt. 소아과 병원이 위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넉넉하게 20분 전 집에서 나섰습니다. 짧게 다녀올 생각이라 나서기 거의 직전에 수유를 한번 했고 따로 젖병이나 분유는 챙기지 않았어요. 비상시를 대비해서 기저귀는 챙겼지만 말이죠.


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유모차의 흔들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 건지 그 짧은 시간 이동하면서 곤히 잠에 빠진 찌니. 병원에 도착해서 아빠가 안아 들어도 흔들림이 없네요. '그래 자는 게 마음 편할 거야. 다른 아가들의 울을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게 더 나을 거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정말이지 오늘 무슨 날인 건가요? 쉴 새 없이 여기저기에서 아기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내가 아가였다면 무서웠을 거 같아요. 예약을 오늘로 잡아주더니, 오늘 이 병원에서 아예 접종만 하는 날로 정해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대기실에는 다양한 월령대의 아가들이 다녀가는데요, 모두들 건강히 자라렴 하고 속으로 빌어줬답니다!!


자, 기다림 끝에 선생님들을 만나러 가봅니다. 울지 않을 거지?


오늘의 접종은 2개였는데요, 하나는 로타 바이러스 백신이고 하나는 들었는데 까먹어버리는 아빠클라스 어디 가나요 이거 참. 하나는 물약 형태로 입으로 먹는 백신이었고 하나는 주사였습니다. 주사는 총 2개였고, 오른다리와 왼다리 허벅지에 동시에 맞았어요. 들어갈 때 까지도 잠에서 깨지 못한 찌니는 아빠 품에서 가능한 오래 꿀잠을 자고 침대에 누우면서 잠에서 깨어났어요. 비몽사몽한 간에 바지 벗고 접종 주사 맞을 준비 완료!! 의사 할아버지 쌤이 청진기 진료하는 동안 할부지 빤히 바라보면서 잘 자고 일어난 기분 좋음을 세상 표출하던 우리 찌니. 간호사 이모도 좋은지 빤히 쳐다보고, 물약도 잘 받아먹고, 간호사 이모의 알록달록한 매니큐어 눈으로 좇아 다닌다고 바빴지만, 주사 들어간다!!! 드디어 울음을 빼앵!! 하고 터트립니다. 



얼른 반창고 붙이고 아빠 품으로 착!! 인생 첫 따끔한 쓴맛에 서러웠지만 아빠품이면 안전하지? 아빠의 심장 소리와 아빠의 목소리에 어느새 침착해진 찌니. 언제 울었냐는 듯 기분 좋아져서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이렇게 찌니는 인생 첫 따끔한 주사 맛을 보고 왔는데요. 진짜 아이가 울 때는 그 짧은 시간이지만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안아주는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나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태어나면서부터 아픈 아이들은,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낫기를, 모든 게 다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공감하며 헤아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찌니는 다행히도 주말까지 열이 많이 오르지 않았어요. 첫날 37.5도 정도까지 올랐던 열은 밤새 다행히도 더 오르지 않았고 다음날에는 더 떨어져서 쌩쌩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쌌답니다!!




이번주는 12주 차 전체라기보다는 인생 첫 쓴맛을 경험한 찌니의 첫 예방접종날의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평소보다 사진도 더 많기도 한 오늘의 이야기. 재미있게 읽어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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