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 - 동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누구나 그 사람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거예요. 그런 마음에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건이 된다면 동거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동거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이 있죠. 함께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도 있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짐으로 인해 권태로워진 모습도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 안에도 모두 '사랑'이라는 모습이 있죠. 흔하지 않은,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이러한 사랑을 말하는 곡, 선우정아의 ‘동거’, 지금부터 들어 볼게요.
‘동거’라는 곡은 2021년 발매된 곡이에요. 상당히 직관적인 제목이죠. 말 그대로 동거생활을 하는 연인의 모습을 그린 곡입니다. 분위기가 꽤나 새로웠어요. 사랑이 넘치는 밝은 분위기도, 길어진 동거 생활에서 더 이상 서로에 대한 사랑이 사라진 슬픈 분위기도 아니에요. 자칫 무심해질 수 있는 동거 생활 속에서도 여전히 상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조용히 읊조리듯 고백하는 모습이죠. 저는 이곡을 들으며 두 장면이 떠올랐어요. 푸르스름한 새벽 그저 아무 말 없이 서로 기대어 있는 연인의 모습, 굳이 자신의 보이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고 꾸임 없이 함께 추억을 쌓는 모습. 모두 편안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서로를 아끼는 모습입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운드와 선우정아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이런 분위기가 한층 진해지는 것 같아요.
가사의 구성도 독특했어요. 처음엔 섹슈얼한 분위기가 풍기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너의 모든 곳에 입 맞출 수 있어, 끈적하게 달라붙은 너와 나의 살에’. 동거생활이라는 모습에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묘사했어요. 그래서 처음 이곡의 가사를 들었을 때, ‘섹슈얼한 내용의 곡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첫 번째 후렴구에서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익숙함으로 인해 서로에게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랑의 마음을 건네는 가사이거든요.
‘있잖아 난 너를 여전히 사랑해. 후회할 리 없지, 함께 걷는 이 길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건네는 말이에요. 그런데 직접 말로 건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전처럼 사랑을 고백하기엔 쑥스럽고 낯간지럽지만, 그럼에도 속으로는 여전히 사랑한다고, 잠자고 있는 연인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진실된 마음이라 느껴집니다. 이 곡에 애틋함을 더해주는 가사인 것 같아요. 이곡의 연인은 예전처럼 열정적이진 않지만 이런 마음을 가지고, 풍족하고 대단하진 않지만 함께 있는 현재에 만족하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다짐하고 있습니다. 바깥의 영향 없이 두 사람만의 세계에서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있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연인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감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우정아의 보컬은 이미 압도적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표현력이 매우 독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선우정아의 곡들은 매우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세심한 감정표현이 필요한 곡들도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내죠. ‘동거’. 이 주제 안에는 매우 많은 감정들이 들어있어요. 이런 감정들을 모두 견뎌내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곡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소박함 속에서도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연인들을 응원하며, 이번 글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