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신체기관이지만, 여타 기관에 비해서 유독 복잡하고 어려운 기관이다. 뇌 과학이란 학문 역시 문외한이 접근하기에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벗겨내고, 너무 깊지 않고 일반인이 이해할 정도의 깊이로만 들어간다면 보다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뇌의 이해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바로 “뇌 가소성”이다. 뇌 가소성은 뇌의 적응력을 뜻하는 단어이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 뇌는 초인적인 적응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신체를 인공 신체로 대체했을 때도 뇌는 성공적인 감각 대체로 인공 신체를 통해서 감각을 수용한다. 이러한 적응력의 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뇌의 생후 배선 전략이다. 우리 뇌는 평생에 걸쳐서 세부적인 삶의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한다. 특정 동물들은 환경을 벗어나면 생존에 어려움을 겪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환경 맞춰서 뇌가 적응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타 종에 비해 나약한 신체와 운동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서도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적응력을 위해서는 감각을 수용하고 우리 몸에 데이터로서 저장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시각적 경험은 내부모형과 외부세계를 비교해서 이루어진다. 내부모형은 감각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기 전 나름의 실제로, 뇌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세계를 대충 모방해둔 밑그림이다. 시각과 마찬가지로 다른 감각 경험들도 실재적 반응이 아닌 우리 뇌 속의 전기 화학적 반응들의 연속이다. 뇌가 감각기관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를 나름 번역을 거친 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감각이다.
우리 뇌는 감각들을 받아들여서 끊임없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의사결정에 있어서 뇌의 활동과 크게 관련된 것이 바로 의식과 우리의 감정이다. 감정은 우리 몸과 뇌의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서 나타난다. 우리의 감정은 뭔가 지각했을 때 의식보다 낮은 층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선택에 있어서 일종의 “무의식적인” 개입을 한다. 그러면 우리 의식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앞서 말한 선택에 있어서 의식은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대부분 선택에 있어서 어떤 식의 과정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리는 대부분 생활 속에서 일들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흔히 “절차기억”이라고 한다. 우리가 의식적 개입 없이 무의식의 상태로만 해결하는 일들은 이 절차기억에 따라서 이루어진다.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 판단이 필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의 의식은 개입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을 돌아봤을 때, 우리 뇌는 정말 놀라운 기관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게 해 준다. 적응력이라는 하나의 키워드가 여태껏 다룬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 지각 능력, 무의식 중의 판단력이 모두 적응력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고, 루틴에 적응하면서 이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린 이 모든 것을 당연시하지만, 사실은 많이 복잡한 과정이 뒤에 숨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한 것은 우리 모두가 뇌에 대해서 조금은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