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to Strangers를 읽고
이번엔 말콤의 따끈따끈한 신작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최근 교보문고에도 진열되어 있다. 한국 제목으로는 '타인의 해석'인데, '타인에 대한 해석'이 조금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들은 SNS가 발달하고, 화상전화등 타인을 접할 기회가 굉장히 많이 주어진다. 이 책은 이런 생활들 속에서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관심이 간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직접 읽었을 때, 이해가 정말 잘 된다. '타인'의 말을 통해서 듣는 것은 잘 안와닿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이 책에서는 낯선 타인을 만났을 때,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를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내가 느낀 바로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진신을 기본 값으로 놓고 대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상황속에 놓여져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의 겉과 속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첫 번째 실수부터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모든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애초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신용 카드 역시도 회사와 사용자간의 신용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은행에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이유 역시도, 이 사람의 신용등급을 봤을 때 이 돈을 갚을 사람이라고 생각되기에 빌려주는 것이다.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사람에 대한 신용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본성이 낯선 이를 만날 때는 방해가 된다는 것은 조금은 모순적인 사실이다.
그렇지만 섣불리 남이 하는 말을 진실로 놓게 된다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금융 사기 사건들을 보라. 타인을 쉽게 믿고 돈을 빌려준다면, 돈을 못 돌려받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돈뿐만이 아니다. 타인을 쉽게 믿고 마음을 내줬을 때 역시도 큰 배신을 당해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 상황마다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가? 상사에게 잔소리 듣는 상황에서의 동료와 일이 끝난 뒤 술자리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동료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다. 어떤 상황을 하나 가정해서 이해해보자. 자, 우선 당신이 사적인 자리에서 친구에게 어떤 사람을 소개받았다. 당연히 친구는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서로 어울릴 수 있게 해줄 것이고,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고 다음에도 즐겁게 만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 사람을 직장에서 상사로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잔소리를 하게 되면 당신은 안좋은 인식이 박혀서 사적으로도 만날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이 사람을 어디서 만났는가에 따라 당신이 가지는 인식이 정반대가 되었다.
우리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 평가할 때 상황적 변수를 제외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실수를 계속해서 저지르게 된다면 당신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놓치게 될 수도 있다. 같은 사람을 만날 때, 여러 가지 상황에서 만나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 실수는 사람을 겉과 속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그 사람이 투명하다고 생각하는 실수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배우들을 보면, 연기를 할 때와 일상 생활에서 갭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다. 말 그대로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연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굳이 배우가 아니여도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흉내내는 사람들도 있고, 소극적인 사람이 활발하고 외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애쓰며 연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어떻게 보면 위의 두 실수를 종합한 실수로 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속에서 연기를 하거나,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명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사실 막막해진다. 왜 이 사람이 자신을 숨기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떤 상처를 받은 사람인지,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본인 스스로의 자아가 싫어서 겉으로 연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 우리도 거짓으로 연기를 한다면 관계가 좀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면, 타인 역시도 본인의 진실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응답할 수도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책에서 이런 구절을 남겼다. '의심은 믿음의 적이 아니다. 둘은 동반자이다.' 우리가 어떤 이를 의심하는 것은 그 사람을 믿어하는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합적인 고민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서 낯선 이를 만나는 기회가 더욱 더 증가했는데, 이때 상대를 믿어야 할지 말지는 정말 어려운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택을 현명하게 내리려면, 앞서 제시된 세 가지 실수를 최대한 피하면서 상대와 의사소통을 해야한다. 그래야지 진실된, 서로 생각이 통하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콤은 이런 문장과 함께 책을 끝마친다.
'Because we do not know how to talk to stangers, what do we do when things go awry with strangers? We blame the stran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