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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an Sep 09. 2021

군인

사병이 써보는 잡스러운 글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D.P.가 세간의 화제다. 군내 가혹 행위, 피해자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전역자들에게는 공감을, 입대 예정자들에게는 불안을, 자식이나 본인의 연인을 군대에 보낸 사람들에게는 걱정을... 여러가지로 화제 몰이를 하는 중이다.


아무쪼록 뭐, 카투사로 입대해서 별탈 없이 어느덧 상병까지 된 내 입장에서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서 한 번 설명을 해보자면, 참 부질없는 짓이다. 사회에서 잘 생활하던 대학생 나이 무렵의 남자들을 사회에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격리를 시키고 '국방의 의무'를 지게 만드는데... 주변에 미군들을 보고 우리의 처지를 한 번 돌아보면 참 여러가지로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우선, 내가 하고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대우'의 차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군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업신여기는 마음보다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사람이 몇 있겠는가? 심지어 전역자나 입대 예정자들도 현역 병사가 군복을 입고 휴가를 나온 모습을 보면 속으로 '군바리'라면서 비웃는 경우들이 있다. 뭐... 우리야 사병이고 직업 군인이 아니니, 대우를 받을 처지가 없다 뭐다 이런 말들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럼 직업 군인이신 분들은 왜? 대한민국을 위해서 한 목숨을 불태우고 퇴역하신 분들은 왜? 왜라는 의문이 계속 들게 하는 상태는 '미완의 상태'라는 뜻이다.

어떤 것이 완성이 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의문이 계속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의문을 가질 여지를 계속 주기에. 그렇다면 뭐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군인에 대한 복지 정책? 국민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 무엇이라 하나 콕 집어서 말하기가 참 힘든 대목이다.


주변에 미군들은 우리를 보고 불쌍하다고 한다. 월급도 60남짓 받고, 20시까지의 통행 금지 시간도 가지고 있다고. 그럴 때마다 뭐라 할 말이 없다.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쌍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나은 점들을 찾아가면서 스스로 자기 기만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인가.


뭐... 여러가지 잡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써보는 잡스러운 글이다. 내가 처한 상황이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 조차 내놓지 못하는 것이 내 상황이다. 이것 저것 적어보면 뭔가 좀 더 풀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그냥 한풀이. 마음 한 켠에 드는 왜인지 모를 슬프고 우울한 생각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시간을 때우나' 하는 쓸데 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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