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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an Sep 10. 2022

우리는 미국이 아니다.

1. 미국이 개인주의라는 착각

나의 첫 자취 생활은 2주 전 유학길에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에 도착해서 친구와 만나, 집에 놓을 가구, 생필품, 식재료 등을 사기 위해 패서디나에 있는 가게라는 가게는 다 돌아다녔다.

다행히도 필자는 인구수도 제법 있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우리가 아는 웬만한 미국 프랜차이즈 마트들은 다 도시에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IKEA가 30분 정도는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 버뱅크에 있다는 점이다.


IKEA에서 쇼핑중인 필자의 모습이다.


이러건 저러건, 한국에서도 자취를 시작하면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데, 먼 타지에 와서 시작하니 자취 생활이 더더욱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미국은 유명한 개인주의 사회라는 말을 친구들과 형들로부터 듣고 왔기에, 가뜩이나 사람들과 소소한 얘기를 주고받기 좋아하는 나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내가 와서 느낀 미국은 개인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끈끈한 가족주의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개인주의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자립성과 독립성을 우리가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처음으로 경미하게 느낀 곳은 필자의 도시 패서디나에서, 공구점에 방문했을 때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공구점은, 동네 구석에 정말 조그마하게 있는 철물점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이곳에는 공구 "코스트코"가 있다.

정말 작은 용품들부터, 크게는 목자제랑 철골들 까지 집에서 DIY로 자기가 스스로 모든 것을 수리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용품들이 비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것들을 보면서 '아 이걸 어디에 쓰는 거지?'라고 느끼며 서성대는 나를 보며, 종업원들은 혹시 도울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사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르기에, 난 멍하니 마트를 둘러보며 구경을 하다가 나왔다.

보통 집안의 어떤 설비가 고장이 나면, 담당 업체에 연락부터 하려고 생각하는 나와 여기서부터 이 사람들은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집에 있는 정수기가 고장 났을 때였다.

정수기가 고장 나서 물통을 꽂아도 물이 나오지를 않자, 필자의 친구는 자기 공구함을 들고 오더니 정수기를 통으로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

뭐하러 수리기사를 부르냐는 말을 하면서, 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분해 조립을 하며 본인이 직접 고쳐줬다.

그날 저녁에는 친구를 데리고 in n out에 가서 햄버거 세트를 하나 사줬다. (약소하지만 답례의 의미로)


In-N-Out


이 두 사건은 내가 그동안 착각하고 있던 '미국인들은 개인주의적이다'는 사고를 '미국인들은 자립심이 강하고, 독립적이다'로 바꾸어 놓았다.

사실 미국은 태생부터가 그런 나라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기에, 주변의 환경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조금 더 자립심을 기를 필요가 있었고, 앞서 언급한 가족주의에 대해서도 낯선 땅에 와서,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가족뿐이니 당연히 가족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나라의 기반이 단체 의식에 기반되어서 세워진 나라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국가적 고난들도 국민들 모두가 합심하여 이겨냈고, 그 결과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MZ세대에 속해있는 사람으로서 과감하게 한 마디 하자면,

지금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저런 역사를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저기서 비롯된 공동체 의식을 귀찮아하는 것 같다.

필자도 좀 그랬던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께서 뭔가 걱정이 되셔서 물어보면, 귀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며 짜증을 냈었다.

가족끼리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건데, 그땐 왜 그랬을까 하며 지금 후회를 많이 한다.


지금 세계는 갈등의 세계라고 감히 표현해보겠다.

성별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인종 간의 갈등, 국가 간의 갈등.

이런 갈등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갈등이 가족 내에 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가족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가족 공동체 속에서 우리는 치유를 받아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사회에서 더 성장할 수 있어야겠다.

우리나라는 조금은 이전으로 퇴보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가 아닌, 국민 정서적인 측면에서다.

지금처럼 각자 방이나 거실에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소통이 단절된 가족의 모습이 아닌,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서 TV를 보고 그날의 소소한 일상들을 늘어놓았던,

그런 가족이 단란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우리나라는 더더욱 아름다운 나라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끔 우리나라는 미국을 따라 하려고 한다.

물론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이니, 그들을 따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술적, 기업적 문화적 측면에서 미국에게서 우리는 배울 점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미국이 가진 자립심을 개인주의로 오인하여, 이를 따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명백히 우리 역시도 자립심을 길러야 한다.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가 스스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게 되어야 한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우리는 한식과 K-POP으로 이미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모든 부문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자립심이지,

지금 우리나라에 팽배한 자립심을 오인한 개인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따라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우리 스스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캘리포니아 freeway를 달리다가 찍은 낮에 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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