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만 24세까지 지원하는 스위스 vs 만 8세까지 지원하는 한국)
스위스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다 보니 한국의 양육지원 정책은 어떤 게 있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올해 초 한국에 입국해서 스위스에서 출생한 아들의 출생신고를 뒤늦게 동사무소에서 하고 나니, 이런저런 양육 지원 혜택들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위스와 한국의 양육지원을 모두 받아 보니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를 해서 두 나라의 정책을 비교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스위스에서는 자녀가 만 24세가 될 때까지 정부에서 양육 지원을 해주는 반면, 한국은 만 8세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지원을 하는 것 같다. 2024년 기준, 두 나라의 양육 지원금을 아래 표로 비교해 보았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첫 만남 이용권으로 첫째 때는 200만 원, 둘째부터는 300만 원을 지원해 준다. 스위스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이 나온다. 물론 각 칸톤 별로 지원 금액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한 자녀당 200~30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오는 정도다. 다태아의 경우에는 복수 지급을 한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양육 지원금이 나오는 곳은 세금을 내는 거주지 기준이 아닌, 일을 하고 있는 회사의 주소지 기준이라는 사실이다. 즉 우리 가정은 제네바 칸톤에 세금을 내고 있지만, 남편의 직장이 보 칸톤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제네바 칸톤이 아닌 보 칸톤 기준으로 지원금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0세부터 만 1세까지의 부모급여를 인상한 덕분에, 스위스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한다. 부모급여와 양육수당을 합치면, 한 자녀당 월 110만 원씩 첫 1년 간 혜택을 볼 수 있다. 반면, 스위스는 월 50만 원 정도씩을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은 만 1세부터 지원금이 월 60만 원씩으로 줄어들고, 그 이후에는 만 7세 초등학교 입학 전 2월까지만 월 30만 원이 나온다고 한다. 스위스는 0세부터 만 15세까지 매달 지원금이 변함없이 월 50만 원 정도이다. 스위스 보 칸톤에서는 셋째 아이부터 월 6만 원 정도를 더 지급한다.
한국에서는 첫 2년간 지원을 많이 해주고, 그 이후 줄어든 지원금으로는 초등학교 입학까지 지원을 해주는 듯하는데.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자녀에 대한 정부의 지원 혜택은 아무것도 없고 부모가 온전히 다 감당해야 하는 것 같다. 이에 비해, 스위스에서는 만 15세까지 꾸준히 같은 수준의 지원을 해주고, 만 16세 이후부터 만 24세까지도 자녀가 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월 60만 원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물론 매년 지원금은 조금씩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만 24세까지 꾸준한 지원을 해준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이 모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지원을 꾸준히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전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스위스의 대학교 학비도 거의 공짜이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자녀를 낳아 공립학교를 계속 보내며 대학까지 졸업을 시킨다면, 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는 것 같다. 물론 한국처럼 사교육이 발달하지 않은 스위스이기 때문에, 공교육만으로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고, 대학에서 1학년 과정만 잘 통과한다면 졸업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기도 하다.
육아 지원의 경우 스위스가 한국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듯한데, 육아휴직 제도의 경우에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스위스가 다른 북유럽 혹은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육아휴직으로는 많이 뒤처진 편인데, 2024년 스위스 연방 기준으로는 최소 98일간 출산 전 임금의 80%까지를 지원하라고 되어 있다. 일일 급여로는 최대 220프랑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칸톤 마다 다르지만, 제네바에서는 매일 최대 329.5프랑씩 112일까지 출산휴가 급여를 제공하는데 이는 4개월 남짓 하는 기간이다. 한국은 최대 1년 6개월 간 월 통상 임금의 80%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국제기구에서는 6개월 정도를 육아휴직으로 제공하는데, 이는 한국의 1년 6개월이라는 기간에는 못 미친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제공되는 육아휴직 혜택이 스위스보다 더 좋아 보이기는 한다. 스위스에 살고 있다 보니, 실제로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만큼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며, 실제 혜택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자녀를 출산한 한국인 가정의 경우, 참고할 만한 정보는 첫 만남 이용권은 출산 후 1년 이내에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해외에 거주하더라도 출산 후 1년 이내에만 한국에 입국해서 신청하면 200만 원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첫째가 만 1세가 되기 전에 한국에 가족들을 방문하러 갔던 우리 가족도 첫 만남 이용권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동사무소에서 간단하게 등록하고 아무 은행에서나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고 나면, 200만 원이 바우처로 들어온다. 또한, 출국하고 3개월까지 부모급여와 양육수당이 계속 지급된다.
한국의 양육지원 정책에 대한 논의가 많이 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점점 결혼율과 출산율은 떨어지고 심지어 2023년에는 OECD 국가 최저 출산율인 0.7명을 기록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스위스의 경우, 자녀의 양육 지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대 만 24세까지 제공하고,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을 통해 충분히 양질의 교육을 평생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나라에서 자녀를 키우기가 훨씬 수월하고 편안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스위스에서 주변에 자녀를 키우는 집들만 보아도, 방과 후나 방학 때 학원을 보내느라 바쁜 가정은 거의 없고, 대부분 운동 혹은 방학 캠프를 보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주는 것 같다. 두 나라의 양육지원 정책의 차이점뿐만 아니라, 두 나라의 교육관 그리고 공교육 시스템의 차이점이 결혼, 출산과 양육에 대한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