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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철 Mar 02. 2024

팔레스타인 영토 변천사 (1) 창세기, 이스라엘의 기원

구약 창세기는 기독교 성서이면서 인류 역사서이기도 하다. 1장에서 11장까지는 천지창조, 아담과 이브, 노아의 홍수, 바벨탑 등 인류 기원의 이야기들을 담으면서, 12장에서 50장까지는 아브라함-이삭-야곱-요셉으로 이어지는 유대인 선조 4대의 400여 년에 걸친 삶과 신앙의 궤적들을 서술하고 있다.


성서가 알려주는 대로 아브라함은 아담과 이브의 20대손이면서,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의 10대손이다. 또한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 조상이면서 기독교·이슬람·유대교 3대 종교의 공동 시조이기도 하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현대 중동 세계의 많은 현상들이 그와 맞닿는다.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영토 분쟁의 기원 역시 지금으로부터 4천여 년 전 구약 창세기의 주요 인물 아브라함의 이주(移住)에서 비롯되었다.


에덴동산이 있던 메소포타미아 지역, 그중에서도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하류에 위치한 도시 우르(Ur)에서 태어난 아브라함은 신의 계시에 따라 고향을 떠났다. 온 가족을 이끌고 약속의 땅 가나안,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으로 이주해 온 것이다. 오늘날 지도를 놓고 보면 이라크 남부 쿠웨이트 접경 근처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하여 튀르키예 남부의 하란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길을 나서서 남서쪽으로 시리아를 거쳐 이스라엘 땅까지, 실로 머나먼 여정이었다.


창세기 아브라함의 이주 경로 ②-③-④-⑤-④


신이 약속해 준 땅 가나안에 정착한 아브라함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나이 100세에 본처 사라에게서 얻은 차남 이삭에게 가업을 상속해 줬고, 아내의 몸종 하갈에게서 얻은 장남 이스마엘은 차남의 미래에 방해가 된다고 보아 그 모친과 함께 광야로 내쫓아 버렸다. 버림받은 이스마엘은 이후 아랍인들의 시조가 되었고, 2700년 후에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걸출한 후손 무함마드가 나와 이슬람교를 창시한다. 반면에 이복형을 제치고 가업을 이어받은 이삭은 가나안 땅에 뿌리를 내리고 창대한 후손들을 배출할 토양을 만들어간다.


마티아스 스톰 - 남편 아브라함에게 몸종 하갈을 소개하는 아내 사라 (1637년)
아드리안 베루프 - 아브라함에게서 쫓겨나는 후처 하갈과 장남 이스마엘 (1699년 작)


이삭 역시 부친 아브라함처럼 장남보다는 차남 야곱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대를 잇게 하는데, 야곱은 훗날 ‘이스라엘’로 개명을 하고 그의 열두 아들은 선민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12지파의 시조가 된다. 또한 열둘 중 4남인 유다 지파에서 먼 훗날 다윗과 솔로몬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등 걸출한 인물들이 배출된다. 이를테면 아브라함의 장남 이스마엘은 부친에게서 버림받아 아랍인의 조상이자 이슬람교의 모태가 되었고, 부모의 축복을 받은 차남 이삭은 유대인의 조상이자 기독교의 모태가 된 것이다. 


십자군으로 대변되는 중세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간 종교 전쟁이나 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영토 분쟁 등은 이렇듯 그 기원은 4천 년 전 창세기 시절의 아브라함의 두 아들 상속 문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간 교전이 치열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경에서 지중해 연안을 따라 서쪽으로 250km만 나아가면 곧바로 나일강 하류 삼각주의 곡창지대로 연결된다. 가자지구로부터 시나이 반도를 횡단하는 이 일대는 오랜 세월 이집트와 가나안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이집트와는 대립과 공존 등 다양한 관계를 이어왔는데, 그 기원 역시 유대인의 시조인 아브라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나 천신만고 끝에 가나안 땅에 이주해 왔지만 흉년에 기근이 일자 나일강 곡창 지대인 인근 이집트로 잠시 옮겨간 것이다. 그 지역 왕이 아내 사라를 탐하자 자신의 누이동생이라고 속여 아내를 바쳤다가 결국은 돌려받는 등 생존을 위해 노력한 끝에 결국은 다시 가나안으로 돌아와 아들 이삭을 얻고 손자 야곱까지 보는 등 자손 번창을 위한 토대를 쌓아갈 수 있었다.


가나안 땅에서 이집트로의 두 번째 이주는 야곱 때였다. 조부 아브라함 때처럼 역시 기근 때문이었지만, 이주까지는 영화 같은 스토리가 얽혀 있었다. 야곱은 열두 아들 중 본처 소생인 11남과 12남을 유별나게 사랑했는데, 특히 11남 요셉은 워낙 똑똑하고 재능까지 많다 보니 형들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형들은 어느 날 동생 요셉을 이집트 상인에게 팔아넘겨 버리곤 부모에게는 맹수에게 잡혀갔다고 둘러댄다. 이집트까지 먼 길을 끌려간 요셉은 고위 관리에게 넘겨져 그 집에서 일꾼으로 살게 되었고,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며 이집트왕 파라오의 눈에 들어 총리대신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누구에게나 신뢰를 주는 인성과 뛰어난 두뇌 그리고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 덕택이다.


이렇게 이집트로 팔려간 요셉은 13년 만에 크게 출세하지만, 고향에선 그의 소식을 알 리가 없다. 게다가 가나안 전역에 또다시 대기근이 들자 야곱은 아들 열 명을 이집트로 보내 쌀을 구해오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요셉은 자기를 팔아넘긴 형들과 극적으로 재회하여 용서하고, 고향에 있는 부친 야곱 등 일족 모두를 풍요로운 이집트로 이주시켜 온다.


야곱의 또 다른 이름은 ‘이스라엘’이다. 이때 가나안을 떠나온 야곱의 일족 70명이 애굽(이집트)에 정착하면서 ‘이스라엘 후손’으로 불리며 오늘날 유대인의 모태가 된다. 이들은 400여 년이 지난 후 선지자 모세의 인도에 따라 이집트를 탈출(出애굽)하여 선조의 고향인 가나안 땅으로 돌아간다.


윌리엄 블레이크 - 야곱의 꿈에 나타난 천국의 계단 (런던 대영박물관, 18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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