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섭외했다
벌써 작년 6월에 있었던 일이네요.
아는 작가님에게 출판기획안을 적어서 제안을 드렸습니다.
그분은 인스타에서 10만 팔로우 작가님이었습니다.
그 작가님이 인스타 팔로워가 10만이 되기 전부터 그분의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이야기를 첫 책으로 출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분은 이미 두 권의 책을 내신 작가님이기도 했지요.
작가님은 평소의 성품대로 조심스럽게 저의 제의를 반려했습니다.
저 역시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저부터라도 만약 그런 제의가 온다면 반려했을 테니까요.
인지도 없는 1인출판사로서 작가 섭외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섭외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적어둔 글을 모으고,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얼추 원고와 그림이 만들어졌을 때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인디자인을 배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했다면 달라졌을까요?
인디자인은 어려웠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듣고 돌아서면 다 까먹었습니다.
안 되는 걸 되게 하려니까 스트레스가 엄청났지만,
인디자인과 씨름하며, 글을 계속 수정했습니다.
작가, 편집, 디자인, 출판사 대표까지 1인 4역을 하다 보니
가끔 왜 고생을 사서하나?라는 현타가 왔어요.
그래도 하루가 지나면 다음날은 그 전날보다
눈곱만큼 나아가고 있어 보람찼습니다.
11월 지인찬스로 인쇄소에 가서 상담을 받고 PDF파일을 넘겼습니다.
그러면 제 일은 끝난 건 줄 알았죠.
사실 12월 1일 이탈리아로 떠나는 티켓을 발권한 상태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가는 거라 혼자만 빠질 수도 없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끝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