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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도황리 Jun 05. 2024

 한국인들이 줄 서는 맛집

개인의 취향

울 집 둘째만 해도 대만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음식이 콘텐츠가 되어 맛집 투어가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작은 딸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리스트를 나에게 건넸다. 물론 난 먹고 난 후기를 말해주기로 하고.

 첫날부터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첫날부터 딸과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어 찾아간 식당이 진천미였다.

.

 체크인하기엔 이른 시각이었지만 짐을 맡길 수 있었다.

한국 아줌마 근성이 되살아나서 구글맵을 켜고, 진천미가 있는 시먼딩 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때까진 배고픈 줄도 몰랐다가 막상 진천미 식당에 도착하니 새벽부터 물만 마신 빈 뱃속이 아우성이었다.

주린배를 물로 채우며 새삼 물이 무색무취라서 안심했다.

적어도 물 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을 거 같아서.

왜냐하면 예전에 프랑스 여행에서 에비앙보다 조금 저렴해서 산 물이 쓴 약을 풀어놓은 것처럼 아주 써서 2리터를 다 버린 기억이 있다.

물소믈리에도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난 그냥 무색무취무맛이 젤 좋은 거 같다.


진천미에서 유명한 음식은 파볶음과 두부튀김.

그걸 먹기 위해서인지 이미 대기줄과 홀 안엔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직원 빼고 모두 한국인 밖에 없는 진천미식당은 대만에 있는 한국 맛집이랄까.

 평소라면 굳이 줄 서면서까지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냥 그 주변 다른 집에서 먹고 말지.

그래도 혼자 온 여행자의 이점은 있었다. 줄을 먼저 선 사람들보다 혼자라서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소문난 맛집 내부 인테리어는 지극히 소박했다.

내가 앉은 원탁 오른편엔 한국 연인이 정답게 밥을 먹고 있었고, 왼편엔 주문이 끝난 한국인 일행이 밥을 기다렸다.

직원이 건네준 메뉴판에 있는 파볶음과 두부튀김 사진을 가리켰다.

“ 두부 튀긴 업서” 직원의 어눌한 한국어.


 나는 재빨리 연인들이 먹고 있는 메뉴를 슬쩍 보고 메뉴판에 그려진 달걀새우찜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음식회전율은 엄청 빨랐다. 왼쪽에 앉은 한국사람들 밥이 나오자마자 내가 주문한 밥과 달걀새우찜이 나왔다.

‘이거뿐이라고? 설마?‘ 곧 나오겠지 생각하며 밥을 먹었다.

왼쪽에 있는 일행들이 파볶음을 다 먹어치우고, 다른 음식을 공략할 때까지 주문한 파볶음은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른 탁자에서 주문을 받아 주방으로 향하는 직원을 불러 세웠다.


“ 파볶음이 안 왔어요.”

주문받을 때 어눌한 한국어를 한 직원에게 말했다.

못 알아듣는 거 같아 실례지만 손짓으로 옆 사람들의 빈 파볶음 접시를 가리켰다.

그랬더니 직원이 계산대를 향해 중국어로 솰라솰라하며 주문한 걸 확인한다.

“ 파보끔 업서. “

아무래도 두부튀김시킬 때 혼동이 있었던 것 같았다.

“주문? “

“ 네. 파볶음 하나 주세요. “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파볶음이 나왔다.


작은 딸이 여행 오기 전에 미션하나를 주었다. 파볶음을 먹어보고 한국에서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그래서 요리 연구가처럼 파볶음을 요리 저리 살펴보고 냄새도 맡았다.

파볶음을  뒤적거리며 살펴봐도 파볶음 주재료가 파가 아닌 마늘종 같았다.

왜냐하면 두께는 쪽파 굵기였지만 파 흰색 부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초록 부분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초록색 부분이라기엔 마늘종처럼 속이 꽉 차있었다.

토양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도 모양과 식감이 정말 다를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계란새우찜만 먹었을 때의 느끼함을 파볶음이 확실히 잡아주긴 했다.

그러나 어마무시하게 맛있는 맛은 아니었다. 물론 두부튀김과 먹었을 때 파볶음 맛이 극대화될 수는 있겠지만. 그걸 기대하면서까지 또 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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