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00원 밥집 실내 안으로 들어섰다. 앞에 선 사람들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 용기를 보고 입구에 비친 된 도시락을 눈치껏 찾아서 손에 들었다. 나도 이제 여기 일원이 된 기분이었다.
음식들은 우리나라 뷔페처럼 차려져 있었다. 앞사람 뒤를 따라서 조금씩 나아갔다.
찐한 향신료 냄새나는 음식은 부담스러워 신중에 신중을 기해 도시락에 담았다.
다른 사람과 달리 손에 들린 내 도시락은 단출했다. 흰밥과 숙주나물 조금, 생선튀김 하나, 그리고 진천미에서 먹었던 파볶음이 다였다. 사람들을 따라 계산대 앞에 섰다. 그런데 계산하는 직원이 내 앞에 선 사람 도시락을 비닐에 담는 것이다. '어? 이게 아닌데' 속으로 생각했다. 재빨리 실내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의 음식 용기를 보았다. '접시'였다.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말을 해야 될 것 같아서
" takeout no. "라고 말하곤 재빨리 "in eat."이라고 말하며 손으로 식당을 가리켰다.
다행히 계산하는 분이 내 뜻을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말이 통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밥값 계산을 하고(정신이 없어서 얼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단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그 식당 안에서 유일한 여자 손님 앞이었다. 마주 앉게 된 여자분이 나를 힐긋 한 번 보더니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혼밥이 불편했지만 혼자 여행 왔으니 혼밥은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호기롭게 식당을 들어온 것과 달리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으레 있어야 할 수저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라면 테이블 옆 서랍에 있거나 테이블 위에 있는 수저통이 있겠지만 거긴 테이블 주위 어디에도 없었다. 인도라면 손으로 먹으니까 이해가 갔지만, 여긴 인도가 아닌 대만. 당연히 젓가락이나 나무젓가락이 있어야 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핸드폰 구글번역기를 켰다. 공자 사원에서처럼 오류가 나지 않길 바라며. 오류가 나도 그것이 오류인 줄도 확인할 수 없으니까 속으로 간절히 기도라도 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마침 앉은자리가 정수기 옆이었다. 땀범벅인 주방 직원이 물을 마시러 나오길래 재빨리 보여주려고 구글번역된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휙 지나가는 바람에 실패. 그런 나를 보았는지 마주 앉은 여자 손님이 탁자를 톡톡 두들겼다. 쳐다보자 계산대 옆 한쪽 구석에 꽂혀있는 나무젓가락을 가리킨다.
"쎄쎄니"
작게 말하자 그녀가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나무젓가락을 가져오는데 여자와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자리에 일어섰다. 그녀와 함께 밥을 먹기를 바랐는데 아쉬웠다. 떠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움을 담아서. 그녀 역시 낯선 이방인에게 미소로 답례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분이 앉았다. 생판 모르는 외간 남자와 겸상을 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 정도는 여기 들어올 때 각오 하고 있었기에 계속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사실 그때 식당 안에 여자는 나 혼자였지만, 자리가 없어서 그도 어쩔 수 없이 내 앞자리에 올 수밖에 없었을 거다.
밥을 다 먹고, 일회용 식기를 어디에 반납해야 할지 몰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도시락 용기에 먹는 사람이 없었기에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구글번역기를 돌렸다. 뷔페처럼 음식은 차려졌지만, 그릇을 수거하는 직원도 없고, 식당 홀 안에 유일하게 계산하는 분도 그땐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다. 짧은 시간 한 테이블에서 밥을 함께 먹은 내 앞에 앉은 남자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그가 밥을 다 먹고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눈길이 마주쳤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구글 번역기를 보여줬다.
그제야 그는 내가 이방인이라는 걸 알았는지
" ... Go outside, throw away on the left."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 Thank you very much"
그에게 인사를 하고 밖을 나와 그가 가리켜 준 대로 왼쪽에 있는 쓰레기통에 도시락 용기를 버렸다.
100원 밥집에 대해 sns에 찾아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도시의 저소득층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나왔다. 현지인 입맛인지 대만에 있었던 4박 5일간 먹었던 음식집들 중 그 집이 제일 맛있었다.
P.S
'버킷리스트 혼자 여행'은 책으로 엮을 예정이라
올린 글들은 삭제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더 알찬 글과 그림으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