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데, 요즈음들어 참신한 교육 아이디어가 잘 나오질 않았다. 글을 쓸 때, 책을 읽을 때는 이걸 알려줘야지, 이것도 알려줘야지, 술술 생각나던 게 수업을 위한 수업을 하려 하니 잘 안 됐다. 사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부인데 내가 무언가를 강요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안에 좋은 교육의 답이 있는데, 나는 자꾸만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했다. 자꾸만 다시 내가 받았던 형식적인 교육으로 돌아가려했다. 생각의 크기를 키워주고 싶었던 것이 자꾸 다시 생각 속으로 가두려했던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틀을 다시 쥐어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글쓰기는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며, 자신을 알게 하는 도구이며 자아의 성찰이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계획이다. 글쓰기는 과정 자체로 즐거운 것이며,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 그 목적이 있다. 쓰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묻거나 무언가를 읽지 않고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쓰기를 위한 쓰기가 아니라, 그저 마음껏 빠져들도록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내일은 에바 알머슨과 고희영의 동화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대화를 해봐야겠다. 내일은 그저 아이들의 느낌을 물어보리라. 그리고, 자유롭게 느낌을 말하고 자유롭게 쓰도록 가만히 기다려주리라. 아이들의 자유로운 언어 속에서 무언가가 뛰쳐나올 수 있도록 그저 기다려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