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끼던 나머지 그만...
사람에게 애착 물건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두리에게도 없으면 안 되는 물건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신의 냄새가 잔뜩 벤 담요와 장난감 개구리 인형을 좋아한다. 담요는 내가 어릴 때부터 집에 있던 무릎담요를 쓰고 있다 보니 두리가 열심히 물고 뜯어도 약간 늘어났을 뿐이지 튼튼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구리 인형은 처음 유치가 나기 시작한 첫 이갈이 때부터 현재까지도 터그놀이처럼 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개구리라고도 하기에 미안한 매듭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글은 두리를 위해 희생한 개구리 인형의 수고와 업적을 남기기 위한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개구리 인형은 두리가 집에 오고 3일 정도 지났을 때 아빠가 사오신 장난감이었다. 몸통 부분은 터그놀이용 장난감처럼 질긴 천이 매듭으로 되어 있으며, 얼굴과 다리들은 부드러운 천으로 솜이 채워져 있다. 두리는 연두색이 워낙 잘 어울리는 아기라서 그런지, 이 개구리 인형을 갖고 있을 때 더 귀엽고 깜찍해 보였다.
개구리 인형에 대해 글을 쓸 줄 알았다면 원형의 사진도 잘 찍어뒀을 텐데, 아쉽게도 두리가 일찍부터 형태를 해체시켜 두었기 때문에 멀쩡한 사진이 없었다.
두리는 장난감들에 대해 거부감이 특별히 없는 편이다. 처음 보는 것도 잠시 탐색한 뒤에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흔들어 재끼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뤄준다. 개구리 인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빠께서 개구리 인형 포장을 벗겨 두리 앞에 내려두자, 두리는 킁킁 냄새를 맡다가 곧 다리 부분을 냠냠 씹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천이라서 아기 두리에게는 씹기 더 편했을 것 같다.
두리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인형을 휘두르거나 내동댕이 치지는 못했다. 사진처럼 바닥에 둔 채로 꾹꾹 누르거나, 납작 엎드려서 오물오물거리는 것이 노는 것의 전부였다.
처음 구매했을 때 그대로의 원형은 약 2개월 정도 유지되었다. 머리와 다리 부분이 매듭에 붙어 있는 구조였는데, 그렇게까지 견고하게 연결된 것은 아니라 늘 덜렁덜렁 거렸다. 두리가 제법 커져 혼자 물고 이리저리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터그놀이 전용 매듭은 따로 있었지만, 가끔 두리가 안겨 있을 때 힘을 조금만 들여 살살 당겨주면 좋아했다.
다리 부분이 워낙 약하게 달려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다리가 떨어질 때 두리가 잘못 삼키지 않게 하기 위해 인형을 일부러 멀리 두고 안 줘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두리는 개구리 인형을 찾았고, 결국 가족들과는 인형이 망가졌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게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우려하던 일은 결국 발생했다. 어느 날, 개구리 인형의 다리 두 쪽이 한 번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워낙 연결이 약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밥 정리나 솜이 터진 것은 생각보다 없었다. 깨끗하게 인형을 털어내고 두리가 다시 갖고 놀 수 있었다. 두리는 개구리 인형의 모양이 달라진 것에 대해 특별히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모양에 관계 없이, 인형에 꾸준히 애정을 주는 착한 두리였다.
개구리 인형은 다리 두 쪽이 떨어졌지만, 그 상태에서 꽤 오래 버텨주었다. 다행히 머리는 다리에 비해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개구리는 언제나 자애로운 미소로 두리의 옆을 지켜주었다. 낯선 곳에 가거나 잠을 자러 갈 때에도, 늘 밝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개구리의 남은 두 다리가 뜯어지더니, 곧 머리 부분도 떨어져서 원형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개구리 인형은 충분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주었다. 결국 머리와 남은 다리 부분까지 뜯어졌고, 매듭 부분만이 남게 되었다. 이제 개구리 인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반년 넘게 두리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 것으로 개구리 인형은 훌륭한 장난감 대원이었다.
한편으로는 모습이 변한 인형을 보고도 여전히 잘 노는 두리의 모습이 신기했다. 자신의 냄새가 베어있어서 그런 걸까?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어릴 때부터 계속 베고 자던 애착 베개가 있는데, 커버를 거의 수 십 번 바꿔도 계속 끼고 자는 걸 생각하면 습관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두리의 생각과 마음을 전부 알 수는 없겠지만, 두리도 분명 개구리 인형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매듭이 되었지만, 두리는 여전히 이것을 물고 하루를 보낸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매듭만 남은 색 배합이 마치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 색깔과 비슷하다. 그래서 가족들끼리 가끔 저거 볼 때마다 써브웨이 먹고 싶어진다고 우스갯 소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