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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y Carraway Dec 26. 2021

MZ세대라는 말이 이해 안 되는 20대 Z세대

교수님과 새내기를 동년배로 보고 있잖아!


 사회의 주 생산층을 구성하는 생산연령인구를 보통 14세 이상에서 65세 미만대로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2021년 현재의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이르는 이 세대를 MZ세대라고도 부른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밀레니얼 세대부터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대인 Z세대를 함께 아울러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사회적 열풍과 흐름을 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기사가 많아졌으며, 여러 기업에서도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에 따라 MZ세대의 소비 습관과 유행을 분석하는 연구와 조사도 매우 많아졌다.


 이 MZ세대라는 표현도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 정작 젊은 청년층인 Z세대, 즉 현재의 10-20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MZ세대의 생년 범위는 무려 20년이라는 긴 세대를 말한다. 20년이라는 시간의 차가 있음에도, 현대의 사회는 그들을 모두 같은 세대로 통칭하여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만일 80년생인 밀레니얼 세대가 2000년에 자식을 낳아도, 이들은 MZ세대로 함께 묶인다. Z세대는 밀레니엄세대의 자식세대가 될 수 있는 나이차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세대와 같이 묶여 설명되는 것이다.


 그동안 X세대, 베이비부머, 486 등 여러 세대를 일컫는 말들이 있었고 개별의 독립된 세대로 분류했지만, 유독 Z세대는 다른 세대와 묶이는 경향이 강했다.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인구수에 관계없이 세대가 공유하는 문화권과 영향으로 설명되었기 때문에 부정확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MZ세대라는 말이 너무 피곤한 90년대생, Z세대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관련 기사나 콘텐츠를 읽고 있을 때 묘한 어색함이 든다. 나만 꼭 미지의 세계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다. 정말 정확하게 빗나가는 기분이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이것은 마치 어른들의 상상 속 Z세대를 보는 기분. 낫 놓고 초승달이라 하는 느낌이다.


 애써 자기부정이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정말 나는 그렇게 느껴보지 못했다가 주된 감상이다. 그냥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굳이 고집하거나 허세인 것도 아니며, 개인마다 편차가 큰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이 주된 정서로 확립되는 느낌이다. 이 확립되는 게 나와 또래들이 충분히 경험하고 느껴서 정리한 게 아닌, 어른들이 너희는 분명 그럴 거야~ 그럴 줄 알았다! 식으로 정해두고 해명을 들으려 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 틱톡 말고 이 틱톡 기억하는 라떼들 손들지 말고 그냥 계세요

 과연 그 넓은 범위의 수많은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묶어서 설명할 수 있을까? 당장 3살 차이가 나는 나와 동생도 핸드폰으로만 문화적 경험 차이를 따지자면 꽤 할 말이 많다. 내 첫 핸드폰은 피쳐폰이었지만 동생은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정도니까. 길게는 20년까지도 볼 수 있는 세대 차이를 과연 어떻게 설명할지가 중요할 텐데, 같이 한데 묶어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혹시 '틱톡'이라는 서비스의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먼저 생각나는가? 이제 대다수의 분들은 숏 비디오 플랫폼인 중국계 애플리케이션 틱톡이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만 10년 넘게 쓴 고인물들은 (당시에는) 카카오톡의 라이벌이었던 메신저 서비스 틱톡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는 카톡, 틱톡, 라인, 마이피플 정도로 메신저 앱을 나눠서 쓰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국내는 카톡, 해외 교류 용도의 라인, 왓츠앱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나왔을 때, 나는 사실 과거의 그 메신저 앱 틱톡이 다시 부활한 줄 알았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세대 차이는 실존한다는 뜻이다.


02학번 교수님과 22학번 새내기가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라고 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대학교의 젊은 교수님 중, 이제 80년대생도 제법 많이 계실 것이다. 곧 22학번 새내기 대학생이 될 현역 고3들은 03년생인데 말이다. 좀 더 깔끔한 비교를 83년생 02학번 교수님과 22학번 새내기로 예시를 들자. 2002년의 젊고 뜨거웠던 날을 추억하는 교수님과, 2002년 이후에 태어나서 평생 월드컵 못 봤겠다는 말을 들었을 새내기이다.


이때 나는 유치원을 다녀서 기억이 정말 안 난다.

 02학번이던 교수님들, 2002년에 월드컵 보느라 자체 공강 한다. 어쩌면 자체 공강이 아니라 교수님의 교수님도 같이 경기 보러 거리에 나갔을 확률이 크다. 동대문, 명동 길거리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Be The Reds 티셔츠 입고 길거리에서 거리응원하면서 애니콜 폴더폰으로 전화한다. 이효리 언니가 아직 핑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솔로 데뷔를 안 했던 시점이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면 싸이월드에 BGM 기능으로 홈피를 예쁘게 꾸미고 일촌의 홈피에서 재밌는 글을 보면 스크랩한 뒤에 꼭 "퍼가요~♡"를 남긴다.


 반면 우리 22학번 새내기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방구석에서 ZOOM(줌)만 주구장창 한다. 에이블리, 무신사에서 산 홈웨어를 입고 아이폰이나 Z플립 사서 카톡으로 과제나 대면 수업, 시험 관련 공지를 받는다. 이효리 언니가 놀면뭐하니에서 싹쓰리랑 환불원정대로 낸 음원을 멜론 스트리밍으로 듣는다. 유튜브에서 댓글 모음 편집 영상을 보고 재밌게 웃으며 인스타 DM, 페메로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공유할 문화는 아마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수업을 진행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그 외의 접점이 있을지 몰라도, 모든 40대가 교수인 것이 아니며 모든 20대가 대학생인 것도 아니다.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할 만한 것은 더 넘어서 스마트폰, OTT 서비스 경험 유무이겠지만, 이건 비단 MZ세대 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거쳐서 경험하는 IT 기술적인 발전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전유물이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게 같은 세대는 확실히 아닐 것이다. 어쩌면 새내기들은 월드컵 베이비일 확률도 있다. 그냥 부모님과 자식뻘을 묶어두고 '요즘 세대'라고 부르며 일반화하는 기분이다. 조금 더 강하게 말하자면, MZ세대라는 말은 게으른 분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10년 단위도 이제는 너무 길어 보여요


 결론적으로 세대를 분석하고 설명해야 하는 필요성은 당연히 알고 있으나, 현재의 분류는 뭔가 모순이 많지 않나 싶다. 그 세대를 오히려 왜곡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어쩌면 과거 베이비부머, X세대 등의 여러 세대 과정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을 지도 모르겠다. 세대를 분류하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짧게 구분하는 방법도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19가 2년 사이에 사람들의 생활을 송두리 째 바꿔두었다는 점도 고려하면, 우리의 세대는 점점 더 짧아질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세대를 분석하는 것은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간이 필수적인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우리의 공감대와 기술적인 발전 속도에 좀 더 맞춰서 관찰할 필요를 느낀다. 개인 한 명이 느끼고 겪는 경험의 본질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우리의 시대는 후대에서 어떻게 설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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