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지속하는 일은 어렵다. 지속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 감정, 기분이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어제는 그토록 중요하고 간절하게 여겨지던 일이, 오늘은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런 일로 생각되기도 한다. 순간 흥미가 사그라들면, 내가 왜 이 일에 그토록 빠졌었나 싶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는 인간의 동기(Motivation)는 변덕스럽기에 믿지 말라고 한다. 꾸준하게 지속하고 싶다면, 습관을 만들고 습관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기까지, 그 습관이 깨지지 않고 이어지려면 동기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특히 동기를 만드는 생각, 감정, 기분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동기를 잘 다룰 줄 알면, 습관을 만들 수 있고, 습관을 활용하고 관리할 때 강한 지속성을 만들 수 있다.
감정이 동기를 만든다. 일상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주 가는 카페를 생각해 보자. 처음 방문한 카페를 다시 찾는 이유는 그 카페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이다. 기분 좋게 만드는 커피 향, 커피맛, 즐거운 대화, 편안함을 안겨주는 인테리어가 재방문을 이끈다. 긍정적인 기억은 사물, 사람, 장소와 연결되어 이전에 했던 행동과 경험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를 만든다. 그리고 그 욕구와 행동을 강화한다.
감정은 결심한 일에 제동을 가하기도 한다. 영어 공부를 생각해보자. 회화 능력을 키우고자 전화 영어를 시작했다. 의지를 다지고 열정을 품고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공부가 시작되니 고통스러운 시간이 찾아왔다. 원어민이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답하려고 알고 있는 단어를 어렵게 조합해서 더듬더듬 말했다. 한 문장을 겨우 입 밖으로 뱉었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순간 당황했고,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원어민의 질문이 두렵기까지 하다.
만약 영어공부를 하는 동안 이런 경험을 반복한다면 어떨까? 아마 그 시간은 긴장으로 쉽게 지치고, 수치심, 부담감 등으로 뒤섞인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 잡을 것이다. 전화 영어 시간은 부담스러운 시간으로 바뀌고, 처음에 품었던 열정과 의지는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일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원어민이 던진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 감정을 영어로 표현하는 일에 뿌듯할 수 있다. 우리말을 할 때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순간의 희열이다. 이런 희열은 우리 뇌를 자극하고, 기억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언어를 소환한다. ‘틀리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을 무시하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도록 자극한다. 이런 기억은 전화영어를 하는 시간을, 조금은 불편하지만 새로운 자극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뇌는 더듬거리는 어설픈 내 모습을 기억하기보다는, 어렵게 영어를 뱉은 순간을 기억한다. 이런 기억은 행동을 강화한다. 전화 영어 시간을 기다리게 만들고, 더 많은 문장, 다양한 표현을 해봐야겠다는 동기를 자극한다.
이렇게 긍정적 감정은 행동을 강화한다. 심리학 연구 중에, ‘감정과 인지적 능력과의 관계’를 설명한 연구가 있다. 일시적이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뇌는, 창의적 사고, 통합적 사고를 늘리고,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려는 욕구를 자극한다는 연구다.
이러한 결과에 경험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역사책을 좋아한다. 이전에는 역사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역사책에는 너무 많은 정보와 설명이 있어서 지겹다고 느꼈다. 생각이 달라진 계기가 있다. 철도의 역사를 다룬 내용을 읽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지겹다고 생각하며 대충 내용을 훑어보면서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급함을 내려놓고, 상상력을 동원해 보기로 했다. 철도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모습을 그려보고, 철도가 깔리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사회가 변했을지를 상상해 봤다. 그리고 철도가 확장되는 그림과 현재의 모습을 연결해 봤다. 상상을 통해 그린 그림이 머리에 펼쳐지니, 문장이 다르게 읽혔다. 호기심이 일어났고, 나열된 문장들은 그 호기심을 채워줬다. 호기심이 채워지는 경험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꿨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철도 산업의 발달에 대한 가설을 세우게 했고, 책 내용에 담기지 않은 내용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도록 만들었다. 독서 방법을 바꾸면서 역사책을 읽는 경험이 달라졌다. 지루함을 느끼던 시간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을 충분하게 채워주는 시간으로 달라졌다. 이러한 정서적 경험이 반복되면서 역사책을 찾게 됐다. 역사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됐다
어떤 일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기억하는지가 지속성을 결정한다. 물론 우리가 지속하려는 일은 긴장되고, 벅차고, 불편하고, 지루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얻으려 한다면, 초점과 경험을 바꿀 수 있다. 일을 마치고, '아 너무 힘들어', '다시는 못하겠어'라고 인식할 수도 있고,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이걸 하고 나니 너무 뿌듯해', '오늘은 새로운 걸 배웠어. 더 성장한 느낌이야'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일의 경험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어떤 감정에 집중하고 그 감정을 증폭하느냐에 달렸다.
경험 중 감정은 기억에 담기고, 그 기억은 다음 경험에 다가가려 하거나 피하려는 욕구를 만든다.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동안 '감정'을 세심하게 관리해 보자. 오늘 얻은 긍정적인 감정은 내일도 그 일로 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