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두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지가 꺾일 때가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소용없어’, ‘가능성이 없어’, ‘이건 헛수고야’라는 생각이 들 때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 자리를 잡으면, 쉽게 지친다. 한마디로 노력할 맛이 사라진다. 과정이 고단해지고, 의욕이 희미해진다. 심해지면 무기력함마저 느낀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힌 경우 그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마음에 심긴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이건 꼭 해내고 말겠다'는 굳은 결의로 시작했지만, 기대한 결과에 미치지 못하거나
진행 과정이 지지부진하면, 달궈진 열정은 어이없이 식어버렸다. 발버둥 치고 애써봐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은 마음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마음에도 그런 생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면, 점검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미래 시뮬레이션'이다. 미래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우리는 늘 이 미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한다. 저축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내가 무엇을 얻게 될지를 생각하는 일은 현재의 시간에 있는 나를 자극한다. 당장은 하기 싫지만, 미래에 얻게 될 보상을 생각하며 그 일에 집중한다. 미래를 전망하고 예상하는 일은 현재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일에 에너지를 쏟을 이유를 제공한다.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활동은 현재의 나에게 동기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때, 미래 시뮬레이션은 강한 제동을 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별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가치가 곤두박질치며, 집중하고 매달려 있을 이유를 빼앗아 가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내가 무기력하고, 목표에 집중할 수 없다면, 나의 미래 시뮬레이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래 시뮬레이션이 현재의 마음과 동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미래를 떠올리기 힘들어한다. 이는 이미 자신의 상황이 긍정적인 형태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미래에 대한 그림이 우울하고 불안함을 추측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우울함을 경험하고 그 감정이 신경증으로 발전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는 부정적인 시뮬레이션 분명 한몫을 한다.
그렇다면 주로 긍정적인 형태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이들은 어떨까? 이들은 달랐다. 시뮬레이션의 내용이 달랐고, 감정이 달랐고, 태도가 달랐다.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면, 이들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대, 희망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 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패로 귀결되는 미래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이들은 주로 염려, 불안 등의 감정을 느꼈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를 품은 이들은 자신이 목표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노력하는 일을 더 가치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미래 시뮬레이션이 목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미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미래를 그리고 있기에 그 그림의 형태와 내용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그 그림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이미지가 현재의 나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하다면 내 마음이 미래를 향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그림이 매우 우울하거나 불안하다면, 더 이상 그 그림을 방치해선 안 된다. 내 마음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가능성울 품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