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강남 Nov 04. 2024

영끌 아파트가 목표라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아파트가 목표라면  행복은 없다.

나는 이유도 없이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물건과 아파트를 가지고 싶었다. 남들도 그렇게 살았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취업하고 열심히 일했다. 준비는 끝났다. 힘들게 모은 돈을 아파트와 물건에게 바칠 때가 왔다. 운이 좋게 하루아침에 망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고 아파트와 물건에 돈을 지불하지 않게 되었다.

 

현대 문명이 만들 물건과 아파트는 편리하지만 행복을 훔쳐간다. 의류 건조기는 햇볕이 주는 고마움을 훔쳐간다. 건조기 없이 살면 짱짱한 햇볕만 봐도 행복하다. 햇볕에 마르고 있는 빨래는 행복이. 군복과 워크재킷에 붙어있는 스마일 패치가 유난히 웃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법상 스님의 부자수업 168페이지에 있는 글이다.  '우리 절은 햇살이 잘 들어 참 좋다. 햇볕의 따스한 느낌, 이 하나가 우리에게 아주 작지만 깊은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 아주 짠한 행복감이다. 법당 주변을 산책할 때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호젓한 나뭇를 바라보면 너무나도 큰 풍요로움과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을 때 오는 행복감 하고는 본질을 달리하는 근원적 차원의 행복이다.


휴대폰은 행복을 가장 쉽게 뺏어 가는 물건이다.  24시간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 살아야 한다. 나는 등산, 산책할 때 휴대폰을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연과 호흡하려고 나온 사람들이 휴대폰만 본다. 휴대폰은 자연의 풍요로움과 삶의 여유로움까지 훔쳐간다.

보리와 산책을 나가면 선명하게 보인다. 반려견은 자연을 보고 느끼고 견주는 휴대폰을 보고 느낀다. 자연과 반려견과 소통하지 못하고 하찮은 휴대폰에 중독되어 산책 나온 이유를 잊어버린다.  


주택에 살지만 아파트를 동경하고 있다. 주택은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편한 주택이 주는 낭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늦은 아침, 주방에서 가을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있다. 옆 집 아주머니가  심어 놓은 국화는 가을이 왔다고 자랑한다. 보리도 기분이 좋은지 현관문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 아파트로 이사 갈 수도 있고 의류건조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행복과 상관없는 아파트와 물건에 큰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 내 영혼을 아파트와 물건에 바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자유를 영끌한 아파트와 할부로 구매물건에 바치고 싶지도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44살 처먹은 놈이 매일 도시락 들고 버스 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