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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강남 May 12. 2024

빠른 게 싫다

느려야 보인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지자 급해지는 를 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출근 시간은  늦어도 되지만 퇴근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엔딩에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순간은 영화의 감동을  곱씹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끝날 즘 나가 버린다.  빨리 야 하는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주문한 음식은 빨리 나와야 하고, 주식에 투자한 돈은 빨리 불어나야 하고  승진도 빨라야 한다. 다행히(?)'빨리' 병에 걸렸 지만 죽음은 천천히 오길 바란다.

빠른 죽음은 자녀의 건강한 성장, 반려자의 아름다운 노년,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신비함을 보지 못하게 한다.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도 옆 동료를 챙겨 보고 영화가 끝나면  눈을 감고 감동을 느껴면 어떨까. 빠르면 놓치게 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한다. 국도를  달리면 목적지에 늦게 도착한다. 나는 국도를 좋아한다. 그곳을 보고 느끼고 달린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도착이라는 짧은 결과에 집착하면 과정을 무시하게 된다. 나는 빨리 가는 사람보다 느려도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천천히 먹는다. 아내가 만든 스파게티에서 아내의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는데 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 하면 기분 좋은 게 한 일주일 정도 가는 것 같아요. 연말에 상 받으면 3주 정도 가는 것 같아요. 녹음할 때 고생하고 콘서트 할 때 고생하는 것 평생 가더라고요. 결과에 집착하니까 사람이 자꾸 신경질 내고 짜증을 내는데 사실은 과정이 재미있어야 해요. 그리고 사실 결과는 시간이 너무 짧아요. 항상 과정이 이만큼 더 길어요. 내가 행복하려면 과정이 재미있어야 해요. 근데 사실 과정은 그게 잘 안 돼요. 짜증 나고 신경질 나고 불안도 있고 그러니까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을 하죠. 그리고 저는 훌륭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신해철 야심만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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