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대, 새 물결에 밀려 고전의 바다를 유영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기술]은 여전히 유용하다. 책의 권유처럼 여행은 목적(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가야 하고, 왜 가야 하는지를 알고 떠나야 한다. ⠀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매일 따르는 삶의 규칙에서 벗어나기. 상투적이지만 이 언어의 조합 외에는 찾을 방도가 내겐 마땅치 않다. 덧붙이자면 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시인의 여행은 시 같고, 뮤지션의 여행은 음악 같은 느낌. 나는 시인과 뮤지션의 여행을 모은 여행 무크지 [어떤 날] 시리즈를 만들면서 여행은 사람 노릇임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강의하는 나는 어떤 여행을 감행하는 자일까? 별게 없다. 내가 쓴 책을 알려야 한다. [좋아서, 혼자서]다. ⠀
아침 8시면 문을 여는 효창동 카페 ‘mtl’ 테라스에서 혼자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도, 평일 오후 갤러리를 흐느적 걷는 것도 내겐 여행이다. 남들이 일하는 평일에 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여행하는 사람이 된다. ⠀
가끔 나 홀로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바이러스 시대에는 '야전'이 적격이니까. 토요일 새벽, 스노우피크 의자와 테이블을 차에 싣고 길을 나선다. 발길 닿는 대로, 눈길 닿는 대로. 바비큐는 사치다. 커피와 컵라면이면 충분하다. 불멍? 불은 결국 꺼진다. 텐트를 치고 걷는 일은 노동이다. Less is more! 나무 그늘 아래서 ‘읽다가 졸다가’ 서울로 돌아온다. ⠀
'여행'에 관한 '초단편' 에세이를 청탁받았으니 이쯤에서 글의 제목을 붙이며 맺어야 한다. 별게 없다. 내가 만든 책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느슨하게 철학하기]에서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느슨함’이라는 삶의 키워드를 찾아냈다. 느슨하게 여행하기. 여행은 헐거워야 한다.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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