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누군가의 면접관이었던 나. 이제 곧 면접자가 되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하루하루 심해진다.
남편과 나는 계획했던 대로 아시아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에 오기 전 2-3년 정도 영국에서 경험을 쌓고 아시아에서 정착하기로 계획했었다.) 나름 전문직인 남편은 이미 새로운 직장과 계약서를 쓴 상태이다. 이제 남은 건 나...
남편은 말한다. 일 안 해도 돼. 내 월급으로 우리 충분히 편하게 살 수 있어. 그러니 스트레스받지 마. 그런데 난 아마 태생적으로 노동자의 피가 흐르나 보다. 조금이라고 일을 쉬면 뭔가 남들에 비해 뒤떨어진 느낌이 들고 남편에 기대 신데렐라 생활을 하는 여자인 것 같아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동시에 난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가 싶기도 하다. 몇 달 쉰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잠깐 일 안 한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내 커리어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말이다.
이주를 하기까지 아직 반년 넘게 남았지만 지금부터 난 열심히 이력서를 돌리고 있다. (경험상 내가 원하는 포지션을 찾기까지 평균 6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운 좋게 몇 번 면접을 보기도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취업비자 내주기가 어렵다고 한다. 서로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면접 전 나는 취업비자가 필요하다고 분명하게 밝힌다. 그럼 왜 처음부터 면접을 보자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니면 취업비자를 내줄 마음은 있으나 내가 완벽하게 그들의 요구사항에 도달하지 못한 걸까?
몇 년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막상 해보니 지원자의 마음이 십분 더 헤아려진다. 혹시 좋은 소식이 있나 싶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열어보는 메일함. 피드백이 늦으면 메일로 한번 물어볼까 싶다가도 왠지 귀찮게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 면접관이면서도 동시에 면접자인 나는 면접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야지, 피드백은 최대한 빨리 줘야지 하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구직자 여러분 2022년에는 모두 원하는 곳에 합격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