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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Jun 12. 2024

200개의 출판사에 투고해 보니

꿈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는데 비즈니스가 답을 한다

"좋은 원고를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부에서 함께 검토하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저희가 잘 만들어내고 또 잘 판매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논의해 보았지만, 

장점이 많은 원고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에 대한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 원고에 적합한 또 다른 빼어난 출판사가 있어서, 

성공적으로 발행되고 독자들에게 널리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여러 출판사들이 있는데도, 저희 출판사를 기억해서 소중한 기획안과 원고를 

보내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추후 또 다른 기획으로 다시 말씀을 나누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받은 따끈따끈한 출간 거절매일이다.






  지난 5월 20일 첫 투고를 시작할 때만 해도 출판사 순위와 인지도, 규모와 주력 분야를 연구해서 나름대로 순위를 정하고 하루에 한 두 곳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었다.  내 소중한 원고를 봐줄 출판사에 대한 예의를 혼자 갖추는 시간이 2주쯤 지나고 나는 여러 출판사에 한 번에 메일을 보낼 배짱이 생겼다. 


  많게는 23곳, 적게는 5곳의 출판사에 동시에 투고를 했다. 받는 사람, 제목, 파일 첨부, 본문으로 구성된 간단한 4가지 폼으로 여러 출판사에 동시에 메일을 보내는 것은 쉬워 보였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받는 사람에 개인별 체크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출판사가 볼 때 자신의 출판사에게만 온 메일처럼 보이는 것이다. 출판사도 초보 작가의 무차별 투고를 알고도 모르는척 하는 것이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별것도 아니네 하는 심정으로 한 번에 더 많은 출판사 주소를 적으며 오늘 안에 200곳의 출판사에 투고하리라 열을 올렸다. 그렇게 한참을 보내다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영어 단어로 된 주소 틀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개인별 박스에 체크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메일에 제목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첫 번째 출간기획서 제목으로 메일 제목이 자동 작성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역시 처음은 서툴다.


  그렇게 묶어서 지금까지 199개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휴면 상태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메일도 많았다. 199개의 메일 중에 수신확인이 된 곳은 117개에 불과하다. 58%의 수신성공이다.


  출판사 메일주소는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 관대한 블로그가 출판사 메일 주소를 300여 개 파일로 올려둔 것도 봤다. 그러나 제일 좋은 방법은 서점에 가서 내가 쓰는 글 분야의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 주소를 모으는 것이다. 책을 살펴보면 앞면이나 뒷면에 메일 주소가 있다. 메일을 보낼 때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20군데를 추려서 먼저 보내고 다음 2순위 그룹 출판사에 보내는 식으로 투고하는 것이 좋다. 인지도 있고 잘 나가는 출판사일수록 수신확인도 늦고 검토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먼저 온 곳의 출판사와 출간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내가 원하는 출판사에서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투고를 하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어온 출판사가 있었다. 도대체 내 원고를 읽어보기는 했나 싶을 만큼 빠른 전화였다. 그것도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예약판매라는 형식을 알고 난 다음이라 출판사 대표가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펀딩을 통해 책을 미리 판매하는 것이 책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요지였다. 다른 출판사 대표도 역시 비슷한 제의를 해 왔다. 1인 출판사라면 모를까 편집회의나 내부 검토 없이 출판사 대표가 바로 전화로 출간 계약을 얘기하는 것이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좀 더 젊은 날이었다면 아마 능란한 출판사 대표의 말에 바로 호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네이버 메일을 확인하는 것은 마치 복권을 긁어보는 것처럼 설레고 쫄깃한 기분이었다. 더 좋은 출판사를 만나 꼭 널리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담은 거절메일도 있었고 이미 2025년까지 출간할 책이 다 계약되어 있어서 출간이 어렵다는 메일도 있었다.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차이가 있어 원고를 반려한다는 정중한 메일도 있었다.  완곡한 거절이든 건조한 거절이든 출판사가 한결같이 얘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반기획출판을 제의해 온 출판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 출판사 입장에서는 출판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므로 비용을 보전받으려 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장성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도서의 경우 기획출판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예약판매나 펀딩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대신 출판서의 입장을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판매가능성! 


  결국 팔릴 수 있는 글이 기획 출간의 기회를 잡는 것이다. 내 글이 돈으로 환산되어 팔릴 수 있을지, 돈을 주고 사서 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출판사가 아니라 내가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의 간절함과는 다른 차원이 문제이다. 오늘 받은 따끈한 거절 메일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출판사에서는 판매를 할수 있느냐를 두고 편집회의도 하고 내부 검토를 거치는 것이다. 나는 꿈을 향해 소리쳤는데 대답은 비즈니스가 하는 것이다. 내 꿈이 비즈니스의 장벽을 뚫고 입성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과정이 남아 있을지 가늠해 본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내 글의 판매가능성을 점쳐줄 출판사를 만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글을 다듬고 다시 투고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누구나 처음은 있으니까요, 

그 처음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작가님과 내가

출간의 그날까지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이미 이 길을 지나오신 작가님의 처음 마음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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