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니베아언니, 나이가 70인데 6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얼굴에 주름하나 없이 팽팽하다. 니베아크림을 듬뿍 발라서 그렇단다. 수영장 선배로서 몸으로 시범을 보이지는 못해도 입으로 가르치는 데는 도가 텄다.
두 번째, 매실언니, 자기 집 과수원 매실 자랑하는데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 슬슬 수경 끼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사람, 웃는 얼굴이 선 해 보인다.
갑자기 니베아 언니가 내 나이를 물어온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내 나이를 말하려는 순간. '60은 안되었제' 하고 또 묻는다.
어브코스, 당연한 얘기를 하니 당황스럽다. 매실언니까지 덩달아 내 나이를 궁금해하며 다가온다. 아직 50대라고 말한다는 것이 오십이라고 말해버렸는데 믿지 못하겠다고 매우 놀라는 표정으로 진짜 오십이냐고 묻는 매실언니에게 58세라고 말하고 나니 두 언니 모두 '아직 젊네, 좋은 나이네' 난리도 아니다.
평소 가르쳐주기를 좋아하는 니베아언니는 이 좋은 나이에 왜 이러고 있냐고 목이랑 얼굴에 신경 좀 쓰고 예쁘게하고 다니라고 충고한다.
'가만있어,, 이건 뭐가 좀 아닌 것 같다, 대체 내가 어떻게 보일 길래, 저런 조언을 하지?'
허긴 내 목주름이 좀 심하긴 하다. 니베아 언니가 손으로 가르킨 내 턱 살도 탄력 없이 내려앉아있다. 보톡스도 좀 맞고 관리해란다. 이 좋은 나이에 왜 그냥 있냐고,,
"언니, 나 그냥 있지 않거든요, 레이저도 하고 보톡스도 했다고요!!" 하고 사실대로 말하는 대신 그냥 알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대체 내 나이가 얼마나 들어 보이는 것일까?
그제도 어떤 남성분이 오리발 끼고 접영 하는 나에게 너무 멋지다고 엄지 척 칭찬을 하면서 자신은 10년 후에 이렇게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거듭 감탄을 한다.
' 아니, 아니, 내가 보기엔 본인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10년 후에 어쩌고는 무슨 의미지?'
심하게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 남성분 나이를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남성분과 친한 니베아언니에게 슬쩍 그 남성분 나이를 물어보니 아직 얼마 안 되었다하면서 60대 초라고 한다.
그래도 나보다 서너 살은 많네,,
니베아 언니는 탈의실에서도 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허벅다리가 굵어져야 한다, 배가 나오더라도 살을 찌워서 허벅다리를 굵게 만들고 엉덩이 근육을 만들어라' 맞는 말이다. 알았다고 한다.
좋은 나이이니 예쁘게 하고 다니란다.
아, 그만, 이제 그만,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다.
"언니, 저 실컷 이쁘게 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저 원래 날씬해요, 평생 날씬하게 살았어요, 보시면 다리뿐만 아니라 팔도 가늘어요, 제가 팔다리가 가늘어요." 웃으며 인사하고 수영장을 나섰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언짢다.
세 사람이 뒤에서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들려고 작당하지 않은 다음에야, 내가 내 생각보다, 그리고 내 나이보다 늙어 들어 보이는 것이 현실인가 보다.
50대 초반에 전신마취 수술 2번 하고 나니 목주름이 확 늘었다. 가로주름이 아니라 아예 쭈글쭈글 할머니 목이 되었다. 그 당시엔 스트레스 받고 스카프로 목을 가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냥 확 드러내고 살자로 마음먹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비싼 크림은 얼굴에만 바르고 목은 그냥 쓰다 남은 크림 정도 바르고 목주름 있으면 어때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현실직시!
내가 또 순순히 잘 받아들인다.
수영장에서 내 모습이 나이보다 많아 보인다 해도 크게 좌절하지는 않는다.
평생 날씬한 덕분에 옷태가 살아서 지금까지도 옷 좋아하고 마음껏 옷입으며 살지않았나.
타인이 뭐라 하든 내 마음은 싱싱하고 활기차다. 목주름정도에 흔들릴 만큼 마음이 시들지도 않았다.